습작과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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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0


 

습작과 (완성된) 작품 간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들 한다.)
물론 '차이'야 알지만, 그래도 그건 정말 야속하리만큼 사소한 것이라 우기고 싶다.
완성된 두 장의 시화를 위해 이것저것 테스트해 본 종이의 모습이다.
뜻도 없고 구도도 없고 조화라던가 구상이라던가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난 이 '연습종이'가 좋다. 그리고 연습을 우리는 다른 말로 습작이라 부른다.
연습은 물론 완결점을 향해 가기보단 중간과정에 머물러 있기를 즐긴다.
굳이 마침표를 찍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어쩌면) 더 자유롭다.
그러나 '작품'의 영역으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메시지던 이미지던 아니면 분위기건 개성이건 어쨌든 끝마쳐야 한다.
이야기가 시작해서 어디론가 빠져나올 구멍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걸 연습 혹은 습작이라 부른다.
그러나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습작에 애정을 가진다.
무흠한 것은 정감이 없달까, 심지어 밉살맞아 보일 때도 있다.
매끌매끌한 최고급 소가죽보다는 빛바랜 한성피혁에 더 정감이 가듯이.
웃기는 이야기지만 이건 순전히 정감의 문제, 교감의 문제이다.
잘 빠진 작품이 보기에는, 팔기에는 좋을 지 모르겠으나
왠지 사생아 같은 습작에게 따스한 손길이 더 가는 건 마음의 이치이다.
예술의 길도, 삶의 여정도 습작을 더 닮았기에, 그 미숙함에 조금 더 다가가 있기에
작품보다는 습작이란 말에 더 그렁그렁한 눈을 가지게 된다.
아하하. 실로 우습지만 산다는 게 그렇다.  
2008/05/18 22:04 2008/05/1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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