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for Whitehouse#1
# 미국성과 인종문제
“혹시 좋아하는 후보 있어?”
한 미국인 친구가 ‘미 대선’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레 질문을 했다.
“글쎄. 오바마는 참 흥미로운 인물이긴 한데, 결국은 매케인이 되지 않을까?”
“왜?”
“대중적인 인기와 선거결과가 꼭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아. 부시 때만 해도 그렇고.”
“그런가? 내가 알기론 그랬던 적이 닉슨-케네디 때와 지난 번 고어-부시 때, 미 선거역사 상 딱 두 번뿐이었어. 사람들은 많이 기억 못하지만.”
“그래? 넌 누가 좋은데?”
“나도 오바마가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란 거에는 동의해. 연설도 너무 잘 하고, 젊고 역동적이고. 그렇지만 내가 민주당 지지자임에도 불구하고 매케인도 좋아. 그의 미국성 때문이랄까. 좀 애매하게 들리겠지만, 그가 살아온 여정을 보면 미국에 대한 헌신과 충성도가 대단한 것 같아.”
결국 미국인들 중 상당수가 존재 자체로서 ‘미국다운 후보’(애국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세계와의 균형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적어도 내 눈에는 상당히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를 지향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그들의 ‘애국심’이 거슬리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일과 같은 전범국가에서 살았기 때문인지 굉장히 ‘낯선’ 풍경임에는 틀림없다. 동시에 이해하기 조금 힘든 부분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미국인들이 ‘인종문제’는 이번 대선에 얘기꺼리도 못 된다며 일축하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제3자여서 미국적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일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고고함이 뼛속까지 밴 유럽문화를 체험한 탓인지, 절대 ‘인종적인 문제’는 100% 해결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누가 ‘위고 아래고’ 혹은 ‘옳고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서 문화의 차이를 따지기 이전에 ‘혈통의 기원’을 찾는 모습은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서양문화 깊숙이 뿌리내린 ‘못된 습관’이기 때문이다. (아차차. 우리 문화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지 않은가. 할 말이 없다, 정말.) 선거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 수천을 모아놓고도 알 수 없는 ‘확률게임’이기에 단순히 결과를 점칠 수는 없겠지만, ‘보이지 않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결과에 큰 영향을 줄 것임에는 분명하다.
p.s 그 외에도 오바마는 현재 두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하나는 언론과의 관계가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매케인에 비해-그리고 지난 얘기지만 힐러리에 비해- 워싱턴 인맥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약하다는 점이다. 이번 유럽 순방을 통해 유례없는 인기몰이를 하며 ‘Obamania’라는 신조어까지(관련기사링크 1 & 2) 만들어냈을 정도로 이목을 집중시키며, 자신의 취약점인 외교이슈에 있어 자신감을 회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껏 우호적이었던 언론과 몇몇 트러블을 통해 ‘오만방자한 오마바 집단’으로 낙인 찍히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또한 오바마가 백악관 입성에 성공한다고 해도 정작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대중적인 지지만큼이나 정계와 재계 등의 지지가 절대적이기에, 그 ‘백인남성’들을 어떻게 움직이느냐도 관건이 아닐 수 없다.
# 미 대선이 재미있는 이유
어린 시절, YMCA에서 운영하는 ‘글짓기 클래스’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6학년 언니 오빠들이 의자 위에 올라가 “이 연사 힘차게, 힘차게 외칩니다!!”하는 광경이 왜 그리고 생경했는지. 이제와 생각해보면, ‘주장문’ 쓰기를 하다 내친 김에 웅변 연습까지 시켰던 것 같다. 특별히 웅변대회에 나갔던 기억은 없지만, 남달리 ‘정치’에는 일찍이 눈을 뜬 탓이었는지 선거 전 열심히 연설문을 만들어 달달 외웠던 기억은 있다. 외운 티가 안 나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제스처를 취해줘야 했던 것이 관건이었는데, 여러 번 연습을 하다 보니 머지 않아 키워드 중심으로도 말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하)
각설하고 유달리 미 대선이나 영국 국회를 재미있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연설 Public Speaking’때문이다. 서양 문화에 비해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 바로 연설이나 토론문화라는 데는 이의가 없을 줄로 안다. 특히 미국과 같은 경우에는 교내 토론 서클이나 NSA(National Speakers Association)와 같은 전문연설단체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을 만큼 ‘말하기 문화’가 대중화/전문화 되어 있다. 대선에 있어서도 ‘미디어 정치’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만큼, 누가 무엇에 대해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관련기사 링크 1 & 2)
위에서도 잠시 언급한 오바마의 유럽순방 중에 베를린 장벽 앞에서의 연설이 여러모로 화제가 되어 찾아 보았다. 통일이 되기 전, 케네디와 레이건 대통령이 연설을 해 유명해진 베를린 장벽 앞에서 통독의 기쁨과 고통(솔직히 말하자면 요즘은 고통이 더 크다)을 만끽한 베를린 시민들에게 새로운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 오바마의 유려한 솜씨는 자못 ‘퍼포먼스’로서의 의미 또한 크다. (어떻게 보면, 달변가는 후천적인 트레이닝 덕도 있겠지만 ‘천부적인 기질’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물론 처칠과 같은 예외도 있지만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베를린 장벽 앞에서의 두 명의 전직 미 대통령, 그리고 미 대선 후보의 연설을 비교할 수 있도록 포스팅했다. 즐감하시길.
Barack Obama Speech on July 27th 2008 in Berlin Germany
John F. Kennedy Speech on June 23th 1963 in West Berlin Germany
Ronald Reagan Speech on June 12th 1987 in West Berlin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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