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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4'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6/14  번뜩이는 찰나

번뜩이는 찰나

#1 기차나 비행기처럼 장시간 어딘가로 이동을 하는 경우, 옆에 앉는 이웃이 어떠냐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일전에 비만의 정도가 심했던 외국인 둘 사이에 끼어 10시간을 비행했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나를 숨가쁘게 한다. 너무 수다스러운 동행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적당히 미소 짓고, 적당히 자기 책보고, 간간히 졸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만인 것을 관심도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주구장창 늘어놓는 이도 피곤하다. 그래도 베일에 싸인 이웃을 만나기 전 설레는 이유는 이따금 생각지 못했던 찰나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주 전, 고속열차를 타고 지방을 내려가던 중이었다. 자그마한 키에 여성스러운 체구를 지니고 있었던 얼굴이 유난히 하얬던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하고 창가 안 쪽의 자리로 들어갔다. 처음엔 무거운 짐을 무릎에 올려놓더니만, 안되겠던지 이내 죄송하지만, 이 짐 좀 같이 위로 올려주시겠어요? 제 키로는 무리일 것 같아서요하고 부탁을 해왔다. 선뜻 그러겠노라 하고 짐을 올려주었더니, 상냥한 기운을 품은 채, 눈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보는 인상이군하며 자리에 앉아 신문을 펴 들었다. 잠시 후 전화가 오자,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연신 고맙다를 반복했다. 전체적인 말씨도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그녀가 부스럭거리며 무언가를 상 위에 올려놓았다. ‘무언가 먹는가 보다했더니 고개를 15도쯤 숙인 채, 기도를 하는 게 아닌가. 2-3분여가 지났을까. 그녀는 가톨릭 식으로 기도를 마무리했다. 먹거리를 앞에 두고 정성스레 기도하는 마음, 그리고 누군가 보지 않아도 기도의 형식을 철저히 지키는 자세. 종교인이냐 아니냐를 떠나 누군가의 경건한 순간을 마주한 것은 꽤나 오랜만이었다. 결국(곁눈질로 훔쳐본) 그녀의 먹거리는 조리되지 않은 야채와 과일뿐이었지만. (내 클리셰이겠지만, 그녀의 채식주의자적 성향까지도 무언가 의식적으로 비쳐졌다. -_-) 번뜩이는 찰나,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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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리 덥지는 않았지만, 뭔가 시원한 것이 땡겼던어제. 메밀국수 집으로 유명하다는 한 식당을 찾았다. 삼삼오오 짝지어 늘어선 줄이 그 맛 집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차례가 다가와 입구 가까이 섰더니 세세한 광경이 들어왔다.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께서 직접 홀 서빙을 보고 계셨고, 한 쪽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시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돕고 계셨다. 10테이블 남짓한 곳에 20여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말이다. 그 중 시간에 쫓겼던 지, 한 젊은 여성이 할머니께 다가가 재차 재촉했다. “할머니, 지금 저한테 주문을 몇 번째 받아간 건지 알기나 하세요? , 진짜. 빨리 좀 주세요.”하며 혼잣말로 연신 바쁜 사람 가지도 못하게, 에이 짜증나.”를 반복했다. (늙은이 같은 소리지만) 예쁘게 생긴 아가씨 사정이야 알겠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서 효율적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짜증까지 낼 건 없지 않았나 싶었다. 반면 옆 테이블의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는 이전에 놓여있던 빈 식기들을 직접 주방에 가져다 주며, 조금이나마 할머니의 일손을 도왔다. , 같은 연배의 젊은이들이지만 이렇게나 차이가 날 수 있는지. 우리 테이블의 모리 소바를 가져다 주시며 할머니께서 한 숨을 돌리셨다. “에휴, 오늘 정말 난리도 아니네요. 국수를 큰 솥에 몇 번이나 삶은 지 알아요? 네 번이에요, 네 번. 평소보다 손님들이 많이 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 순간 (손님의 입장이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물론 할머니께서는 손님이니 빨리 재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구부정한 허리를 마다하고 이쪽 저쪽 테이블로 종횡무진 하시던 할머니, 그리고 떨리는 왼 손으로 물을 따르던 할아버지의 모습. 그래도 아직까지는 함께이기에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뜩이는 찰나,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을 발견한다.    

2009/06/14 09:52 2009/06/14 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