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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7  열정을 담는 그릇, Producers

열정을 담는 그릇, Produc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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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영상제작회에 참석했다. 세상은 어쨌든 좁아서 이래저래 건너 아는 사람들을 꽤 만나게 되었다. 일단은 짧은 파일럿을 만들기 위해 모인 자리였는데, 기획팀에서 후반 작업 팀까지 다양한 인력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그 동안 학교 연구실을 통해서도 간간히 외부작업을 하는 이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교육적이거나 홍보성이 아닌 (상업적) 작품위주의 만남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정작 영상원을 다닐 때는 현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모든 게 지나가면 알싸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역시 현장사람들은, 아차차, 괜찮은 현장사람들은 달랐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사람은 둘 이었다. 한 분은 전체 프로듀서였고, 다른 한 분은 사운드프로듀서였다. 둘 다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프로듀서라는 직함은 같았다. 전체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친구는 붙임성이 좋았다. 눈썰미도 빨랐고, 한 사람 한 사람 빠뜨리는 이 없이 골고루 챙길 줄 알았다. 그 와중에도 감독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었다. 쭉 미술을 해왔다는 그는 영상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계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다,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고 했다. 자기 색깔도 있었고, 하고 싶은 무언가가 감지되었다. 그런 친구들은 대부분 고자세이기 마련인데, 의외였다. 예의 바르면서도 당당했다. ‘모르는 게 많으니 가르쳐달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은 은연 중에 피력했다. “저 또한 창작하는 쪽으로 갈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계속 프로듀서네요.” 발그레 웃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 뒤로 작은 프로를 하나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어쩌다 보니가 아닐 것이다. 화선지에 먹물이 퍼지듯, 프로듀서로서의 기질이 조금씩 퍼져나가는 것이었을 게다. 열정이 있으면서도 긍정적인, 그러나 굉장히 현실적인 이 사람-바로 프로듀서다.

사운드프로듀서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한 (음악)감독님은 일전에 다양한 공부를 하셨다.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이후 CalArts에서 영상음악을 전공하고 동시에 종교음악을 공부하기도 했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차라리 많이 알지 못하고 보고 듣는 것이 훨씬 좋았을 법했다고 하시던 그분의 눈은 마치 어린 소년 같았다. 스필버그와 칸노 요코와 만났던 일화들을 들으면서도 이렇게 겸손한 분이 또 있을까 싶었다. 스스로 이병우와 같은 음악가는 될 수 없다고 여겼기에 사운드를 엔지니어링하고 전체적으로 디자인하는 프로듀서가 되었다고 하는 그분의 고백이 순수예술을 흠모하면서도 늘 주변을 헤매는 듯한 내 그림자에 한 줄기 따스한 위안을 해주는 것 같았다. “난 사운드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한 학기 내내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라고 해요. 매일 한 장씩 그림을 그리라고 하고, 그 그림을 소리로 표현해 보라고 주문하죠. 하하 그게 내 사운드 수업이에요.” 문득 왜 이런 수업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걸까, 회의가 들었다. “이미지는 1차적으로 지각하지만, 소리는 2차적으로 인지하죠. , 한번 생각하고 난 다음에 소리라고 인식하는 겁니다. 저는 영상에서 소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전체의 30프로라고 봐요. 무척 크죠. 그런데 그 30이 나머지 70의 부분을 100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고, 거꾸로 70도 못되게 하기도 해요. 그럴 땐 정말 눈물 나죠.” 부분에 일하면서도 전체를 보는 시각, 그리고 스스로를 있는 듯 없는 듯 하게 만들며 조화를 이루는 이 사람-바로 프로듀서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 중에서 프로듀서만큼 험한 일을 가장 많이 하면서도 전체 팀원들을 끊임없이 독려해야 하는 포지션도 없지 싶다. 다양한 모습으로, 그러나 철저한 프로의식으로 가득 찬 그들의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큰 도전을 받는다. , 심장이 뛰고 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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