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당신에게 (1)

선택의 갈림길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 많은 스물 중반의 젊은 친구들이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선택이 너무 지겨워요. 삶이 선택의 연속이란 말도 지겹구요. 아는데, 알긴 아는데, 그래도 매번 너무 힘들어요. 뭐가 최선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렁그렁한 눈의 그들을 조용히 안아주는 것? 맵고 화끈한 거나 한 번 먹고 싹 잊어버리자고 하는 것? 아니면 시니컬한 웃음 지으며 life sucks라고 말해주는 것?
적어도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왜 너는 쓸데없이 고민만 하느냐고 소리치지 말 것.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게 뭔데?라고 윽박지르지 않는 것. 왜냐면 지금 바로 그럴 수 밖에 없고, 스스로도 딱히 답이 없기 때문이다.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리는 격으로 몰아붙이고 싶다면야 모르겠지만, 좋은 친구가 좋은 청자가 되어주고 싶거든 그러지 말도록.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 A의 고통이 B의 고통보다 더하다, 덜하다는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쉽게들 나보다 더 처참한 환경에 놓인 이를 떠올리며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하지만, 스스로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렇게 너른 시각을 갖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소수에겐 가능하나, 그들은 일반인 이상이 반열에 오른 자이다. 달라이 라마라면 모를까.)
시간은 약이다. 백 번 맞는 말이다.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닌 것, 언젠가는 문득 떠올라 우리를 당황시키겠지만 순간을 모면하고 나면 과거 속에 묻히는 것.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그 ‘찰나’다. 그 짧디 짧은 시간의 폭을 감당하지 못해 우리는 고민하고 우리는 괴로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끝없는 방황을 거듭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답을 찾고 싶지 않은 이에게 답을 줄게-라고 말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 그냥 시간이 흐르게, 조용히 흐를 수 있도록 옆을 지켜주라. 당신이 누군가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 또한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또는 상대를 약체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실이 풀려버린 마리오네트 같은 존재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 그냥 함께 시간이 흐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상책이다.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최소한 그러려고 노력은 해보도록.
누구나 방 안의 포인트벽지가 되고 싶어하지 은은한 미색의 기본벽지가 되고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시간의 흐름을 함께 지켜봐 준다는 것은 기본벽지가 되는 일이다. 평온한 마음으로 바라봐 주길. 그러면 당신의 친구는 금새 좋아질 것이다. 그 과정을 함께 한 당신 또한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이보다 근사한 덤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