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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에 해당하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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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9/25  엿듣는 소리 (2)
  3. 2009/09/22  동시대인의 비애
  4. 2009/09/12  日本式家庭料理 no. 1
  5. 2009/09/10  오픈 유어 백 (1)
  6. 2009/09/09  한국어 사용의 서러움 (2)
  7. 2009/09/07  그가 보고 싶을 땐 순댓국 집에 간다 (1)
  8. 2009/09/02  인디언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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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30 17:21 2009/09/30 17:21

엿듣는 소리

오랜만에 신촌에 나왔다. 홍대로 가는 길목에서 요기나 할 요량으로 벅적거리는 맥도널드에 들어섰다. 간단히 주문을 하고 나서 앉을 자리를 찾았지만, 넘쳐나는 손님을 감당할 수 없었던 가여운 종업원들이 매장을 방치(!)해 두는 바람에 잠시 몸을 기댈 곳은 쉬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야말로 시장바닥과도 같은 곳에 두둥실 유영하고 있는 섬과 같은 테이블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겨우 앉았는데, . 액션페인팅에 버금가는 케첩의 흔적이란! 가까스로 사정권 밖으로 몸을 붙이고는 약속시간 전까지 다 읽어야만 하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물론 책이 잘 읽힐리는 없었다. 제 아무리 MTV와 함께, 워크맨과 함께 자라난 세대라 할지라도 주변의 부산함이 방사형으로 확대되는 곳에서 무언가에, 그것도 활자에 집중한 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었는지 모른다. 허니머스터드의 양 조절에 실패한 치킨랩을 쟁반 한 구석에 방치한 채, 눅눅한 감이 드는 감자튀김을 하나 둘씩 빼내는 손길에 남은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두꺼운 장편소설을 왼손 가득 집어 들고 식어버린 감자튀김을 질겅거리자니, 무언가를 끊임없이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착잡해지는 심정마저 들었다. 책 내용은 사방을 튀어 다니고, 주변의 소리는 귓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냥 대놓고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그것밖에는 이 곳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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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편, 빅맥세트를 마주하며 먹고 있는 남성 둘, 힙합 차림을 한 대학 2-3학년생, 미필자로 추정

1: 정말 이번엔 막 열정이 솟구쳐. 한 번 진짜 잘해보고 싶다니깐.

2: 그래, 너라도 그래야지.

1: 네 옛날 모습이 딱 내 지금이지 않냐?

2: 그래. 그럴 때가 좋은 거야.

1: . 난 안무가 아니라 노래 때문에 이렇게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어.

2: 하긴. 노래 선정이 쉽진 않지.

1: 그거 들어봤냐? 완전 비트가 없으니깐 뭔가 맞추기도 어렵고.

2: 그래도 요즘 트렌드가 그거던데. 옛날처럼 꼭 비트가 따따따-따따, 하면서 들어갈 필요는 없는 거 같아.

#왼편,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바스락거리며 먹고 있는 여성 둘, 늘씬한 키에 여성스러운 차림, 대학생으로 추정

1: , 진짜 완전 짜증나, 동아리 언니.

2: ? 또 남자들한테 들이대?

1: 내가 솔직히 그 언니 좀 싫어하거든.

2: 진짜?

1: 아니. 뭐 싫어한다기 보단. 그냥 평소엔 괜찮은데, 술 먹은 그 언니가 완전 싫어.

2: 왜 어떤데?

1: 아니, 자기는 막 기억 하나도 안 난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게 어떻게 기억이 안 나냐? 술 먹으면 남자 대하는 게 좀 짜증나. 자기가 완전 오해하게 행동하면서. 딱 보면 마음 있는 것처럼 굴거든.

2: 근데 아니래?

1: . 그래서 우리 동아리 오빠들 몇 명 다 오바했잖아. 완전 좀 짜증나.

까페나 지하철, 또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엿듣게 되는 소리는 즐겁다. 굳이 서로 알지 못해도 보여주기에 들여다보기에 급급한 소셜 네트워크서비스가 판치지만, 그보다는 이렇게 우연을 가장한 순간을 포착하는 게 더 스릴 있고 농도 짙다. 흘끔흘끔 쳐다보며 안 그런 척, 시선은 책을 향해 있지만 귀는 쫑긋 세운 채 듣게 되는 무명씨의 이야기들. 오덕후스런 관음증이라해도 좋다. 인간의 본성은 금기시된 것들 너머로 오가기 마련이니. 그런 의미에서-조금 더 귀 기울이셔도 좋습니다. 

2009/09/25 00:23 2009/09/25 00:23

동시대인의 비애

이따금 동시대인으로서 비애를 느낄 때가 있다. 그 감정이 상대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전자가 무작정 안타깝고 슬픈 것이라면 후자는 뭉클하면서 자책하는 어떤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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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두산아트센터 Space 111에서 있었던 <사천가>의 마지막 공연은 이 두 가지 종류의 비애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작품에 투영된 대상에 대해,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매개인에 대해. 브레히트의 희곡을 오늘날 서울의 풍경에 맞게 재해석한 이자람의 창작판소리극 <사천가>는 이렇게 풍성한 감상을 선물했다. (관련기사 1 + 2)

어릴 적부터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던 소리꾼 이자람은 나와 같은 또래들이 가장 질투하는 대상일 것이다. ‘여대생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여성이 메이저 방송국의 유명앵커인 것과는 다른 맥락에서 이자람또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끼와 장기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어지러운 시대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 같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하나 둘씩 넓혀가는 것. 그 하나 빠질 것 없는 길을 걸어왔으면서도 안주하게끔 하는 요소들과 끊임없이 단절을 시도하는 것. 새로운 생각을 단순한 공상에 그치게 하지 않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고민하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 나는 그녀만큼 소통하는 이를 본 적이 없고, 그녀만큼 열정 넘치는 이를 보지 못했노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럴듯한 정보 너머로만 알고 있었던 대상을 한 번의 공연으로, 그 진한 만남으로 잘 알게 되었노라-고백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인가. 그만큼 이자람은 생면부지의 이들과 적극적으로 만났고, 잊혀지지 않을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시각 이후부터 나는 그녀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질투가 지지부진한 감정싸움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그녀를 향한 부러움과 존경을 통해 나를 더 돌아보고, 나의 작업, 나의 숨 하나하나를 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리오. 나는 그녀와의 동시대인으로서 비애를 느낀다. 그러나 이런 비애라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기에, 달게 삼키리라.   

2009/09/22 13:14 2009/09/22 13:14

日本式家庭料理 no. 1

누군가 나에게 지난 여름 무엇을 했냐고 묻는다면, 그 무엇보다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일-전 일본요리만화를 섭렵했습니다. ‘맛의 달인과 같은 만화는 100권이 넘어가니 그것만 다 보려고 해도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아니 체력도 부족했고, 하나하나씩 암기(?)하고 넘어가는 머리도 부족했다. 양질의 만화가 모두 그렇듯, 너무나 방대한 양을 전문적인 시각으로 풀어나가는 작가들의 역량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요리를 직접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가이세키와 같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요리보다는 가정에서도 쉽게 해먹는 소박한(일본가정식도 소박하지만은 않더라는 사실) 음식들을 만들어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츠지원이 넘버원이라고 했지만, 역시나 너무나 부담스런 가격 때문에 차선으로 다른 요리학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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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로 나가는 토요반에서는 가을코스로 총6회의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오늘 만들어 본 요리는 선선한 가을에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몸을 따스하게 감싸줄 수 있는 메뉴로 구성되었다. 톳영양밥과 새우완자 맑은 국, 일본식 토마토 그라탕과 야채튀김피클(일반 피클처럼 새콤하지는 않지만 튀김옷 없이 튀겨낸 각종 제철채소를 간장, 설탕, 청주, 물 등을 섞은 물에 담가놓아 밑반찬처럼 먹을 수 있다), 뭐 하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쉽게 만들 수 없는-그러나 완성품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지는 요리들이었다. 음식에 대해, 미각에 대해, 식재료에 대해 남다른 자세와 철학을 가진 일본인들의 면면을 단시간의 조리학습으로 다 맛볼 순 없겠지만, 그림으로만 보던 음식을 향이 나는 실제의 먹거리로 재탄생 시킬 수 있음에 행복할 따름이다.  

2009/09/12 23:43 2009/09/12 23:43

오픈 유어 백 (1)

이미 유사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의 결과물을 봐버렸다. 에잇. 나도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먼저 선점하는 게 임자지만, ‘나도 생각하고 있던 건데는 괜한 말은 아니다. 속이 좀 상하지만 자기 방식대로 계속 해 나가면 된다.

『오픈 유어 백』은 개인의 사적인 면모를 들여다보고 싶다는 욕망에서 출발한다. 직접 허락을 받은 다음이긴 하지만, 타인의 물건을 보면서 느끼는 쾌감에는 관음증적인 시각이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 ‘작가의 방이란 책에서 진짜 작가들의 방을 찍어 실었던 것처럼. 비록 유명한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곁에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노바디들 중 한 명이라도, ()를 기억하고 싶다. 아무튼 간간히 좀 무리한 부탁을 하더라도 협조해 주시길. 오픈 유어 백,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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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 "Hello, Kitty?"


2009/09/10 22:41 2009/09/10 22:41

한국어 사용의 서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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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제목을 정하는 데 있어 유사어가 필요했다. 한국어 사전 종류에도 유사어/동의어 사전이 있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검색 능력 부족인지 괜찮은 대안이 눈에 띄지 않았다. 친구가 알려준 영어 동의어 사전 visual thesaurus! 단어 검색을 하면 관련 유사어/동의어가 시각화된 정보로 제공된다. 노드(node)로 연결된 단어 중 동사는 빨간 색 점, 명사는 노락색 점 등으로 구성되어 품사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 , 학문적으로 한국어 동의어 사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몇몇 연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 그래도 사용자 입장에선 하루 빨리 보급되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하는데, 그 날은 언제 올는지. 괜히 서럽다.  

2009/09/09 13:48 2009/09/09 13:48

그가 보고 싶을 땐 순댓국 집에 간다

살아가면서 굳이 먹는 음식안 먹는 음식으로 편을 가른다는 게 필요할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앞에 어떤 부사가 오느냐에 따라서 의미도 천지차이인데. (예를 들면, ‘무조건 먹는 음식’, ‘무조건 안 먹는 음식’, ‘자주 먹는 음식자주 안 먹는 음식등등) 세상의 모든 음식을 늘어놓고 보면 그 도식에 나머지 없이 맞아 떨어지기 보단, 경계에 애매하게 서 있는 게 더 많은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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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chimnii.tistory.com/2


내게도 분명 순댓국은 (안 먹어 보았기에)‘안 먹는 음식으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순댓국을 좋아했던 가 있었기에 순댓국은 안 먹는 음식에서 먹는 음식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이 되었다.

며칠 전, 그가 보고 싶은 마음에 순댓국 집에 갔다. 허름한 가게 안에는 희끗희끗한 머리의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반주를 곁들이고 있었다. 젊은 여자 혼자 들어와 씩씩하게 순댓국 한 그릇이요!”라고 외치는 광경이 꽤나 낯설었는지, 흰머리 부대는 내 쪽을 힐끔거렸다.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자니 내심 민망해 손에 쥐어 들고 왔던 얇은 잡지 한 권을 펼쳤다. 오늘의 운세.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시오. 노자처럼 생긴 도사라도 나타나 인생의 참 지혜랍시고 속닥거리는 듯했다. 돌아보면 그랬다. 촘촘히 짜여진 네트워크마냥 간격을 맞추어 놓는다고 해서 관계가 맺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었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무언가 선물처럼 주어졌다. 비약이 심하지만, 순댓국은 그런 선물 같은 존재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그것을 함께 나누어 먹던 순간순간이 예상치 못했던 기쁨이 아니었던가.

보글보글 끓어오른 김을 내뿜으며 순댓국이 등장했다. 불지도 않고 한 입 덥석 후르륵 마셨더니 순간 입천장에 불이 나는 듯 했다. , 생각보다 맛이 없네. 아직 첫 입이라 그런가. 삼분의 일을 다 비우는 그 순간까지도 그와 먹던 순댓국 맛은 나지 않았다. 같은 가게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그래, 그런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와 함께이지 않아서 일 게다. 에휴, 그 맛이 아니네. 먹성은 먹성인지라 거의 그릇을 비우긴 했지만, 속 안이 허전했다. 그가 보고 싶을 때 순댓국 집에 또 가게 될까? 대답은 글쎄다. 같이라면 모를까, 혼자는 영 그렇다. 최소한 순댓국이라면.   

2009/09/07 16:18 2009/09/07 16:18

인디언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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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들른 한 고속도로의 휴게소 입구에서 눈길을 끄는 공연그룹을 만날 수 있었다. “아파치족의 후예들이 왔다라는 슬로건 아래 진짜 인디언(American Indians)으로 보이는 이들이 한창 공연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한 쪽 손에는 호떡이며, 핫바며 먹을 것을 잔뜩 든 행인들이 기웃거리며 그들을 지켜보았고, 무대가 아닌 통행입구 중앙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인디언 음악(으로 추정되는)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직접 사진을 찍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핸드폰을 가방 깊숙이 넣어버렸다. 그들의 눈에 생경할 검은 눈의 누군가가 허락도 없이 셔터를 누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베를린시 첼렌도르프(Zehlendorf)에는 오래된 미군부대가 있었다. 그 주변에는 꽤 큰 드라이브 인 맥도널드를 중심으로 미군주거단지가 자리했다. 매년 5월이 되면, ‘미국축제가 그 근방에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마다 작은 공터에서 포니(Pony)를 태워주던 인디언들이 있었다. 유치원 친구의 생일파티 때 코스튬으로 입었던 의상도 (꼬마) 인디언 복장. 비네투(Winnetou)라는 유명한 인디언 캐릭터가 등장했던 칼 마이(Karl May) 원작의 영화들도 어린 시절 진한 기억들로 남아있다. (칼 마이는 인디언이 등장하는 수많은 소설들로 1920년대 독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작가이다. 그의 소설들은 60년대 영화화되기 시작해 소설 이상의 인기를 누렸다.)

그로부터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익숙했던 인디언의 후예들을 한국의 휴게소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찰나의 마주침이었지만 왠지 모를 어색함에 먼 발치에서 그들을 한참 동안이나 뒤돌아보았다. 그들을 휴게소로 내몬 것은 무엇이었을까. 확실한 건, 그들의 영혼은 아니었을 거란 사실이 알싸하게 다가온다.   

2009/09/02 20:44 2009/09/02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