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CK show

사이먼 페그는 물건이다. 머리만 금발인 ‘미스터 빈’같기도 하고, 말투하며 행동거지가 딱 ‘브리티쉬’다. 런던에서 한 달간 체류하면서 느꼈던 런던-비런던 지역간의 문화 차는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미 주류 영화에서 ‘브리티쉬’는 휴 그랜트, 올랜도 블룸, 주드 로, 제임스 맥어보이 등으로 이어지는 ‘런던 출신 젠틀맨 계보’에 충실해 ‘브리티쉬’의 일면만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었다. 그 단아한 풍의 캐스팅 라인에 일대 가격을 더한 것은 사이먼 페그와 같은 돌연변이의 등장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How to lose friends and alienate people>에서 사이먼 페그의 존재는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등장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이는 앞서 잠시 언급했든 ‘미스터 빈 시리즈’와 유사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 캐릭터가 워낙 강하고 흡입력이 있어 다른 요소들로는 대체가 안 되는 수준에 이르렀단 뜻이다.
언제부터 전형적인 ‘유러피언 룩’(얌전한 체크셔츠에 코듀로이 자켓, 면바지와 가죽신발로 마무리되는)이 미쿡인들에게 놀림을 받는 ‘왕따 복장’으로 전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극중 사이먼 페그는 그러한 뉴요커 클리셰에 부합하는 ‘영국 촌뜨기’로 묘사된다. (유럽 각지에서 목도하는 미국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도 가히 ‘패셔너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싶은데. 나이 지긋하신 양반들이 나이키 운동화에 흰 스포츠 양말 한 껏 올려 신고, 폴로 반바지 입은 모습은 진정 ‘어썸’일까나.) ‘강한 액센트 때문에 말을 잘 못 알아듣겠다’는 핀잔을 받으며, 물 오른 클럽 중앙 스테이지에서 ‘민폐성 부비부비’를 불사하고, 트랜스 섹슈얼과의 충격적인 첫 밤(?)을 보낸 후, 만나는 이들마다 ‘당신 유태인인가요? 또 게이인가요?’라고 묻기에 여념이 없던 그는, 그래도 자신이 주류에 굴복하지 않는 신선한 유머와 비꼼의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고 믿었었다. 그런 그가 점차 물고 뜯기는 잡지 판에서 위로 치닫고 올라가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무서운 질주가 시작되고, 결국에는 정상 바로 아래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늘 그렇듯) 가족(또는 가장 가깝고도 멀리 있는 존재)으로부터 진심 어린 회유를 받고, 셀러브리티들에게 깽판을 치고 돌아온다는 아주 단.순.한 스토리다.
몇 번인가 사이먼 페그의 정면 클로즈 업이 나오는 데 그때마다 ‘어쩜 저렇게 장난기가 줄줄 흐를까’싶어 그의 나이를 의심케 했다. 늙어도 늙지 않는 저런 캐릭터도 십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상황에서 주근깨 가득한 ‘삐삐 인형’과 같은 모습을 간직하기도 어려울 텐데. 요즘 세대 중 ‘키덜트(몸은 어른인데 정신은 아직 아이인 또는 아이고자 하는-풋),’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과장 좀 보태어) 사이먼 페그는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잭 블랙 옵하도 쌀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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