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공연'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9/22  동시대인의 비애
  2. 2009/08/27  7인의 음악인들
  3. 2009/08/12  아트 포 라이프 (2)
  4. 2009/07/12  뒤 태의 압박
  5. 2009/07/09  윤상문법
  6. 2009/07/05  <Spring Awakening>
  7. 2008/12/23  Being Young in different ways
  8. 2008/10/23  UBC 모던발레프로젝트

동시대인의 비애

이따금 동시대인으로서 비애를 느낄 때가 있다. 그 감정이 상대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전자가 무작정 안타깝고 슬픈 것이라면 후자는 뭉클하면서 자책하는 어떤 것이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틀 전 두산아트센터 Space 111에서 있었던 <사천가>의 마지막 공연은 이 두 가지 종류의 비애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작품에 투영된 대상에 대해,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매개인에 대해. 브레히트의 희곡을 오늘날 서울의 풍경에 맞게 재해석한 이자람의 창작판소리극 <사천가>는 이렇게 풍성한 감상을 선물했다. (관련기사 1 + 2)

어릴 적부터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던 소리꾼 이자람은 나와 같은 또래들이 가장 질투하는 대상일 것이다. ‘여대생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여성이 메이저 방송국의 유명앵커인 것과는 다른 맥락에서 이자람또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끼와 장기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어지러운 시대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 같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하나 둘씩 넓혀가는 것. 그 하나 빠질 것 없는 길을 걸어왔으면서도 안주하게끔 하는 요소들과 끊임없이 단절을 시도하는 것. 새로운 생각을 단순한 공상에 그치게 하지 않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고민하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 나는 그녀만큼 소통하는 이를 본 적이 없고, 그녀만큼 열정 넘치는 이를 보지 못했노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럴듯한 정보 너머로만 알고 있었던 대상을 한 번의 공연으로, 그 진한 만남으로 잘 알게 되었노라-고백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인가. 그만큼 이자람은 생면부지의 이들과 적극적으로 만났고, 잊혀지지 않을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시각 이후부터 나는 그녀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질투가 지지부진한 감정싸움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그녀를 향한 부러움과 존경을 통해 나를 더 돌아보고, 나의 작업, 나의 숨 하나하나를 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리오. 나는 그녀와의 동시대인으로서 비애를 느낀다. 그러나 이런 비애라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기에, 달게 삼키리라.   

2009/09/22 13:14 2009/09/22 13:14

7인의 음악인들

소문이 자자했다. 2007년 성남아트센터에서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하고 이듬해 금호의 <라이징 스타 시리즈>의 무대에 다시 서 국내에 빠르게 입소문이 퍼진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87년생으로 독일에서 태어나 94년 독일 청소년 음악콩쿨에 최연소 1위 입상을 하면서부터 젊은 천재의 탄생을 예감하게 했다. 그녀가 올해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모차르트 소나타 음반을 내놓고, <7인의 음악인들>이란 실내악 공연과 <모차르티아나>란 제목의 독주회를 위해 국내무대를 찾았다. 정명훈과 양성원, 송영훈이란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한 무대에 선다는 것이 갓 스물 두 살의 그녀에게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무대에서의 폭발력은 대단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있었던 공연은 내부사정으로 인해 조금 늦게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작품으로는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제12번 다단조가 연주되었는데, 김수연이 세컨드  바이올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연 돋보이는 균형성과 리드감을 보여줬다. 오히려 퍼스트 바이올린의 이유라가 빛이 바랬을 정도. 상대적으로 연륜이 있는 양성원(Vc)과 최은식(Va)의 안정감 있는 연주도 좋았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침착함을 보여준 김수연의 공 또한 컸다. 예정된 프로그램과 조금 순서가 바뀌어 두 번째 곡으로는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3중주 제2번 마단조(작품번호 67)가 연주되었다. 쇼스타코비치가 죽은 친구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 곡은 몽환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는 도입부가 상당히 인상적인데, 송영훈(Vc)의 선율을 시작으로 김수연(Vn)과 김선욱(Pf)이 다음을 유연하게 이어갔다. 특히 김수연과 김선욱이 연신 싸인을 주고 받으며, 호흡을 맞춰가면서도 독자적인 존재감을 살려가는 것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여유로운 연주를 펼쳤던 김선욱은 88년생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함을 과시했다. (심지어 능글맞아 보일 정도!) 인터미션 이후 이어진 정명훈과 김선욱의 연탄곡으로 연주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4번과 5번은 청중의 귀에도 익숙한 곡이어서 호응이 뜨거웠다. 마지막으로 슈만의 피아노4중주 내림마장조(작품번호 47)가 연주되었는데, 정명훈(Pf), 양성원(Vc), 최은식(Va), 이유라(Vn) 모두 나무랄 데 없이 균형 잡힌 해석을 보여주었다.

앵콜곡이 (어떤 면에선) 본곡보다 한층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것이 이례적이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이전 피아졸라의 탱고 앨범을 발매한 전적이 있는 송영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첫 번째 곡으로는 7중주로 편곡된 피아졸라의 Obilivion, 두 번째로는 Libertango가 연주되었다. 정명훈과 김선욱은 함께 연주하는 내내 교감하는 듯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김수연의 폭발력은 남미 대가의 곡에서도 식을 줄 몰랐다. 의외였던 것은 양성원의 첼로가 (탱고 연주에 경험이 많은) 송영훈의 첼로보다 훨씬 유연하고도 기교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는 점이었다. 연주자 스스로 자유로이 리듬을 타는 모습 또한 진지한 그의 면모 뒤에 숨겨진 매력인 것 같아 보는 내내 흐뭇했다.

7인의 음악인들 모두 한국의 대표적 기악인들이라 그들이 함께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이벤트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실내악 연주가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따라서 활성화 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이 연주회를 시작으로 더욱 많은 실내악 연주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음악회에서는 김선욱과 김수연이라는 걸출한 신인들이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그들의 기량을 솔로이스트가 아닌 협주자로서 엿볼 수 있어 뜻 깊었다. 오랜만에 파워와 카리스마를 겸비한 신예들을 만나니, 덩달아 마음이 부풀어오르는 듯하다. 먹지 않아도 배 부른 며칠 간이 될 것 같다.  

2009/08/27 13:03 2009/08/27 13:03

아트 포 라이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필관씨(좌)의 소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프라노 남혜원씨(우)


촌스러운 방법이지만, 때로 직역을 해보면 감흥이 두 배가 되는 경우가 있다. 부암동에 위치한 아담한 주택 안에 자리를 잡은 아트 포 라이프』가 그에 해당한다. 삶을 위한 예술이라. 일상 안에서 예술을 즐기는 방법이 다양치 못한 우리에게 예술이 그리 어려운 것 만은 아니다라고 속삭여주는 듯한 이름이다. 『아트 포 라이프』는 서울시향 출신의 오보이스트와 플루티스트가 문을 연 하우스콘서트장 겸 레스토랑이다.

이곳을 찾은 건 지난 4, 소프라노 남혜원씨의 공연이 있던 날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레파토리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수줍게 밝히는 남혜원씨는 Donizetti, Puccini의 유명 넘버에서부터 CharpentierMassenet의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리아들까지 고루 소화해내었다. 가곡 산유화Gershwin‘Summertime’을 끝으로 드라마틱한 음색과 정교한 기교, 연기까지 겸비했던 1시간 남짓의 연주를 마쳤다.

공연 후, 자연스럽게 레스토랑으로 다시 이동해 디저트를 나누며 캐주얼한 앵콜송을 몇 곡 덤으로 들을 수 있었다. 주인장이신 성필관씨의 협연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던 앵콜곡을 업로드하니 즐감하시길- 곡명은 Puccini 오페라 Gianni Schicchi』 중 유명아리아 ‘O mio bambino caro’로 중반부부터임을 양해 바란다.


2009/08/12 22:22 2009/08/12 22:22

뒤 태의 압박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명성만 들어왔던 김용걸의 귀국무대를 접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행운이었다. 시대의 예술가를 코 앞에서 볼 수 있는 건, 생각해보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명훈이 서울시향을 맡았다고 할 때만큼의 기대감이랄까. 한국무용계에, 특히 발레리노들에게 그와 같이 완벽한 롤모델이 손 닿으면 있을 법한 곳에 있다는 건 엄청난 사건이기에 흥분들 감추지 못한 기색이 관객석에도 역력했다. 지난 주말 두 번의 공연을 통해 보여진 김용걸의 무대는, 실력을 뛰어넘는 연륜 그 자체였다. 연기력, 표현력, 테크닉, 무대매너 하나 뺄 것 없이 완성된 발레리노의 모습은 , 역시 인간의 몸은, 인간의 몸짓은 아름다운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포스터를 통해 훔쳐보았던(?) 그의 뒤 태 역시, 압박이라고 표현할 길 밖에는. 무용수 김용걸이 걸어온 길의 자취가 그의 몸 근육 하나하나, 굳은 살 켜켜이 묻어있는 것만 같다. 말을 거는 방식은 참으로 여러가지인가 보다. (인터뷰 기사)

2009/07/12 23:46 2009/07/12 23:46

윤상문법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딱 들으면 ‘OO!’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 음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젠가는 이러한 특성이 식상함과 동의어로 치부되었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내기까지 고루한 과정을 지나야 함을 방증한다. 지난 7일과 8일 양일 간 LG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열었던 윤상에게는 확실한 색이 있다. 너무 하드코어적이지 않은 전자음과 달달한 가사의 조화, 그리고 (여심을 포함한)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멜로디라인까지 그의 색은 한결같았다. 그러나 그의 한결같음은 판에 박힌 지루함이 아니다. 그 한결같음은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자기와의 싸움, 자신을 넘어섬과 닿아있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그는 자신의 클래식 넘버와 신곡, 그리고 실험정신이 담겨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여성관객층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 이번 콘서트에서는 가수 윤상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성이 따라다녔다. 이따금 음정이 불안했다는 점은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그가 스스로 전체적인 기술과 음악적 완성도를 전부 관할하고 있었다는 부분을 감안한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크지 않은 무대를 층을 나누어 입체적으로 구성해 한층 시각적인 효과를 높였고, 조명과 영상 프로젝션에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사운드적인 면에서 최상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비동원 뿐 아니라 디자인을 확실히 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한 프로정신이었다. ‘ The 1st의 스트링과 정재일과 하임 등의 세션 또한 콘서트 무대를 꽉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견이지만, 정재일은 랑랑과 맞먹는 파워를 지니고 있었다 @-@)

, 진짜 최고였어. 나도 저런 음악하고 싶다.” 콘서트가 끝나고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던 콘서트 장 앞길에서 어느 여성관객의 감동 어린 한 마디를 엿들었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넘어서서, ‘그러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소망까지도 일깨워 주는 경험은 흔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윤상은 자신만의 문법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한 셈이다. 나 혼자만을 위한 중얼거림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말걸기로써 말이다.   

2009/07/09 11:51 2009/07/09 11:51

<Spring Awakening>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금요일 프리미어 공연을 보고 왔다. 뮤지컬계의 블루칩 김무열과 조정석을 한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꽤나 많은 여심을 움직인 듯 했다. 아담한 규모의 두산아트홀 연강홀에는 무대 위의 자리까지 합해 거의 모든 좌석이 차 있었다.

지난 2007년 토니상 8개 부문 수상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스프링 어웨이크닝> 1891년 독일의 한 청교도적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십대 남녀의 사랑과 우정, 자유와 죽음 등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다소 직접적인 묘사와 가사로 기대를 모았었다. (런던공연리뷰)한정된 공간 안에서도 다이내믹한 면모를 보이며, 잘 알려진 레파토리 하나 없었지만 중독성 있는 노래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7인으로 구성되었던 밴드도 부족함 없이 뮤지컬을 보조해가며, 꽤 성공적인 프리미어를 선보였다. 이따금 노래와 내용전개가 뚝뚝 끊어지는 듯한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몰입도 높은 구성을 즐길 수 있었다.

이번 주말을 필두로 본격적인 공연에 들어가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근처 광장시장에서 푸짐한 빈대떡으로 요기를 하고, 늦은 저녁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뮤지컬을 보러 가는 건 어떨까. (그랬더니 좋았더라는 1인의 추천코스)

2009/07/05 21:41 2009/07/05 21:41

Being Young in different ways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NYT


구스타보 두다멜 &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지금부터 딱 열흘 전이었다. 여러 클래식 잡지나 신문, CD가판대, 유튜브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자자한 명성을 확인했던 것이 말이다. 서른도 안된 나이로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차세대 지휘자들 중 하나 구스타보 두다멜과 그를 배출한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의 자랑,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가 (귀한) 방한을 했다.

이틀 간의 공연 중 14일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공연은 그들의 주 레파토리인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와 말러의 교향곡 제1번 이었다. 너무도 대조적인(!) 음악적 색깔을 보여주는 두 선곡을 통해서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두 곡 다 대형오케스트라에 어울릴 만한 곡이라는 점 외에는 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작곡가와 (세미클래식과의)뮤지컬과 정통 교향곡이라는 대척점에 서 있는 곡이라 해도 무방하다. 조금은 긴장한 듯한 두다멜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연주 마지막에는 3-5분 정도 굽힌 몸을 펴지 않은 채, 마지막의 음악적 여운을 한껏 들이마셨다. 활 시위끼리 부딪힐 정도의 역동성과 언뜻 언뜻 웃음지었던 마림바 연주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타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늘상 즐기는 모습으로 무대를 휘젓는 빅뱅의 모습과 유사했다. .. 바로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들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조금 더 특별했다.

말러 교향곡 제1번은 말러가 독일의 낭만주의작가 장 파울의 소설 <타이탄>이란 소설에 영감을 받아 만든 일종의 성장소설과도 같은 인상을 남긴다. 슬프고 우울한 정서가 많이 담겨 있지만, 그 와중에서 청춘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그린 이 곡을 진지하고도 공감하는 느낌으로 빚어낸 것이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장점이었다. 비록 개인의 역량은 다른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비해 뒤떨어질 지 모르겠지만, 하나의 큰 음악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으로서 그들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들을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즐길 줄 아는 면모를 풍겼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음악 안에서 찾고자 하는 그들에게 슬픔과 연민보다는 유희와 여유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남미 특유의 낙천주의와도 맞닿아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깊이 울리는 감동을 선사했다.

그들에게 젊다는 것은 그들의 존재(presence), 그 자체다. 가진 것이 애초에 없었기에 당장 잃을 것이 없다는 현실은 그들을 한층 강하게 만들었다. 젊다는 것은 자만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 자체만으로 눈부시고, 그 스스로 강한 것이다. 그리고 스물 여덟의 지휘자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는 젊었다. 있는 그대로 젊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Young@Heart

일전에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바 있는 영화 <로큰롤 인생, Young@Heart>가 막을 내리기 전에 가까스로 보았다. (블로그 글 다시보기) 아트선재센터에 위치한 아트홀이 특별히 월요일 조조를 파격적인 가격(삼천원)에 내놓고도 모자라, 관객들에게 영화 시작 전 직접 만든 커피와 머핀을 제공하는 등 감동서비스를 제공하여 매우 훈훈한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음을 덧붙인다.

뉴 햄프셔에 사는 7-80대에 놓인 젊은실버세대들이 지난 20여 년 간 꾸려온 합창단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2008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도 큰 호응을 받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흔히들 신파조의 휴먼다큐멘터리를 상상하기 쉽겠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매우 다이내믹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몇 편의 직접 제작한 뮤직비디오와 공연실황과 동행취재 및 인터뷰로 구성된 <로큰롤 인생>은 지금 우리의 모습, 또는 다가올 우리의 모습을 위트 있는 시선으로 조망한다.

늙어간다는 것은 비단 젊다는 것의 반대말이 아니다. ‘젊다는 것도 그저 일정한 시간 축 안에서 임의적으로 그 상태를 지칭하는 것일 뿐이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는 못한다. 피상적인 말이지만, ‘젊다는 것은 이러한 외형적인 지시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마음으로 젊고자 하고 행동으로 젊음을 발산한다면 그/그녀는 충분히 젊은것이다. 이 영화는 더 나아간 관찰을 남긴다. 이 곳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시간을 멈추려 하지도 않고, 죽음을 마냥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삶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이고, 그것이 바로 젊음의 유지 비결이라고 속삭여준다.

하나의 공연과 하나의 영화는 너무나도 넓은 연령과 장르, 문화권의 스펙트럼을 선사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것은 동일하다. Being Young에서 Forever Young으로의 이행. 나 혼자만 폭삭 늙어버린 것 같아 약간은 속상하다.

2008/12/23 17:18 2008/12/23 17:18

UBC 모던발레프로젝트

사용자 삽입 이미지

Behind the Stage, UBC


지난 18일 오후 3, LG 아트센터에서 UBC<모던발레프로젝트>공연에 다녀왔다. ‘모던발레라는 (일반인에게는) 난해(할 수도 있는)한 장르를 적절히 시대의 요구에 맞게 해석했다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지난 번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NDT II’의 공연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안무가 한스 반 마넨.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블랙 케이크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들떠 있었는데, 역시나 (최고까지는 아니었지만) 드라마가 적절히 섞여 보는 이들에게 한껏 즐거움을 선사했다.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 더 미들(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은 고전적인 발레 동작에서 많이 해체된 형태를 보여준(특히 톰 뷜렘의 음악이 녹록치 않았던) 다소 난해한 작품이었다. 무용수들에게 엄청난 파워와 정교한 밸런스를 요구하는 작품이었던 만큼 당일 9명의 퍼포머가 짊어진 부담감은 상당히 커 보였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무대에 올라간 마지막 작품은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로 제목 그대로 발레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코믹하게 꾸민 내용이었다. (원제는 다름) 특히 무대 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꾸민 무대는 다양한 각도에서 무용수를 관찰할 수 있게끔 하는 재미를 주었고, 진중함과 고상함으로 가득 찬 클래식 발레를 조금 꼬집는 듯한 표현들이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했다. 이렇게 점점 발레의 영역이 일상적 공연의 시공간 안으로 진입하는 건 참으로 흐뭇한 일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국내 발레단(및 무용단)의 다양한 시도들이 경제 한파와 함께 불어 닥친 우리의 마음 문을 두드릴 때, 현실의 팍팍함을 잠시 잊어보는 것도 좋겠다.

+UBC의 샛별 주역 무용수 현준이의 멋진 무대를 볼 수 있어 뿌듯했다. 비공식적 아들래미가 무럭무럭 자라 한국무대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길!

2008/10/23 12:54 2008/10/23 1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