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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7  7인의 음악인들
  2. 2008/08/29  Pi-Male-List (1)

7인의 음악인들

소문이 자자했다. 2007년 성남아트센터에서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하고 이듬해 금호의 <라이징 스타 시리즈>의 무대에 다시 서 국내에 빠르게 입소문이 퍼진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87년생으로 독일에서 태어나 94년 독일 청소년 음악콩쿨에 최연소 1위 입상을 하면서부터 젊은 천재의 탄생을 예감하게 했다. 그녀가 올해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모차르트 소나타 음반을 내놓고, <7인의 음악인들>이란 실내악 공연과 <모차르티아나>란 제목의 독주회를 위해 국내무대를 찾았다. 정명훈과 양성원, 송영훈이란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한 무대에 선다는 것이 갓 스물 두 살의 그녀에게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무대에서의 폭발력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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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있었던 공연은 내부사정으로 인해 조금 늦게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작품으로는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제12번 다단조가 연주되었는데, 김수연이 세컨드  바이올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연 돋보이는 균형성과 리드감을 보여줬다. 오히려 퍼스트 바이올린의 이유라가 빛이 바랬을 정도. 상대적으로 연륜이 있는 양성원(Vc)과 최은식(Va)의 안정감 있는 연주도 좋았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침착함을 보여준 김수연의 공 또한 컸다. 예정된 프로그램과 조금 순서가 바뀌어 두 번째 곡으로는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3중주 제2번 마단조(작품번호 67)가 연주되었다. 쇼스타코비치가 죽은 친구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 곡은 몽환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는 도입부가 상당히 인상적인데, 송영훈(Vc)의 선율을 시작으로 김수연(Vn)과 김선욱(Pf)이 다음을 유연하게 이어갔다. 특히 김수연과 김선욱이 연신 싸인을 주고 받으며, 호흡을 맞춰가면서도 독자적인 존재감을 살려가는 것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여유로운 연주를 펼쳤던 김선욱은 88년생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함을 과시했다. (심지어 능글맞아 보일 정도!) 인터미션 이후 이어진 정명훈과 김선욱의 연탄곡으로 연주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4번과 5번은 청중의 귀에도 익숙한 곡이어서 호응이 뜨거웠다. 마지막으로 슈만의 피아노4중주 내림마장조(작품번호 47)가 연주되었는데, 정명훈(Pf), 양성원(Vc), 최은식(Va), 이유라(Vn) 모두 나무랄 데 없이 균형 잡힌 해석을 보여주었다.

앵콜곡이 (어떤 면에선) 본곡보다 한층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것이 이례적이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이전 피아졸라의 탱고 앨범을 발매한 전적이 있는 송영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첫 번째 곡으로는 7중주로 편곡된 피아졸라의 Obilivion, 두 번째로는 Libertango가 연주되었다. 정명훈과 김선욱은 함께 연주하는 내내 교감하는 듯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김수연의 폭발력은 남미 대가의 곡에서도 식을 줄 몰랐다. 의외였던 것은 양성원의 첼로가 (탱고 연주에 경험이 많은) 송영훈의 첼로보다 훨씬 유연하고도 기교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는 점이었다. 연주자 스스로 자유로이 리듬을 타는 모습 또한 진지한 그의 면모 뒤에 숨겨진 매력인 것 같아 보는 내내 흐뭇했다.

7인의 음악인들 모두 한국의 대표적 기악인들이라 그들이 함께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이벤트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실내악 연주가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따라서 활성화 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이 연주회를 시작으로 더욱 많은 실내악 연주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음악회에서는 김선욱과 김수연이라는 걸출한 신인들이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그들의 기량을 솔로이스트가 아닌 협주자로서 엿볼 수 있어 뜻 깊었다. 오랜만에 파워와 카리스마를 겸비한 신예들을 만나니, 덩달아 마음이 부풀어오르는 듯하다. 먹지 않아도 배 부른 며칠 간이 될 것 같다.  

2009/08/27 13:03 2009/08/27 13:03

Pi-Male-List

페미언니들이 들으면 기절하실 얘기지만, 많은 분야에서 초정상에 서 있는 이들 중에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재계를 살펴보면 그러한 성적 편향은 극단적으로 나타나기까지 한다. ‘알파 걸이니 뭐니 지난 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긴 했었지만, 실세의 권력지도에는 별다른 미동이 (아직까지는) 없는 듯 하다. 문화계로 오면 그 상황은 조금 완화되긴 하지만, 얼마 전 방한한 스웨덴 여성 지도자가 말했듯 어느 정도의 평등은 이뤄졌을 지언정, 완전한 평등은 아직 멀었다는 게 적합한 표현일게다. 다소 미신스런 얘기지만, 신은 평균적인 재능은 다수의 여성에게 주시고, 평균 이상의 재능은 소수의 남성에게 주신 건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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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랑랑 (우) 윤디 리


 

중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랑랑과 러시아 출신의 소프라노 안나 넵트레코가 등장했을 2003-4년만 해도 이러한 기운들이 그 전 신동세대-, 키신이나 사라 장이 활동하던 890년대-와는 선을 긋는 일종의 클래식의 MTV’화라고 단정지었다. 그러나 이후 윤디 리, 임동혁(& 임동민), 김선욱 등으로 이어지는 피아노 신예들의 등장은 여성 (신동) 클래식 주자의 행보에 비해 두드러지게 화려한 것이었다. 결국 실력과 외형을 겸비한 예비 스타들이 철저한 마케팅 전략에 의해 노출되는 것이 전혀 새롭지 않게 된 이상, ‘피아니스트 열풍을 넘어선 ‘Pi-Male-List’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수년간 발행된 소비자 분석 서적 가운데 230대 여성의 돈지갑이 가장 큰 타겟이라고 밝힌 내용이 대부분을 이룬다. 그만큼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같은 나이대의 남성에 비해 자기만족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많다는 얘기다. 예를 들자면 최근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보이그룹(빅뱅, 샤이니, 2pm 등등)의 공략대상에 물론 틴에이저 층도 포함되겠지만, 그 이상으로 실질적인 이윤창구로 작동하는 것이 바로 일명 누님들’, 230대 여성층이다. 이런 현상을 곰곰이 살펴보면 시장이 ‘Pi-Male-List’의 등장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하등에 없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결혼보다는 일을, 사회적 시선보다는 개인적 취향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돈 좀 있는) 잠재적 여성 고객층이 형성됨을 예측하고 그 구미에 맞는 패키지를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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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임동혁 (우) 김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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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사적인 호불호가 섞였으나) 그렇다면 그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차갑게 말해 ‘Pi-Male-List’하나 하나가 완벽한 상품이라고 해도 소위 말하는 오로라, 혹은 자체발광이 없다면 그들은 허울 좋은 벽화에 불과하다. 그러나 역시 요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냉혹하다. ‘물건이다 싶지 않은 물건은 아예 내놓지도 않는다. (결국 이제부터 나열할 들은 다 멋지다는 뜻.) 일단 중국의 혜성부터 시작해보자. 화려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전혀 스케일에 눌리는 기색 없이 멋진 연주를 선보인 랑랑. 데뷔할 때부터 열광했던 유럽에서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첫인상이란 천하를 호령하는 중국의 황제와도 같았다. 대륙적인 기질을 넘치게타고난 랑랑은 소품보다는 대곡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고, 작은 독주회보다는 큰 행사에 자신의 200%를 보여주는 예다. 무대매너도 탁월하고, (다분히 미쿡적인) 쇼맨십도 있어 ‘쎄서미스트리트에 출연해 큰 호응을 얻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거물 피아니스트로 거듭났다. 그에 비해 쇼팽 전문가답게 유약한 이미지의 테리우스 윤디 리는 얌전하면서도 선이 살아있는 연주를 선보인다. 유약하다고는 하지만, 강단은 살아있는 걸 보면 역시나 지킬 건 지킨다는 인상을 준다. 두 번의 서울 공연을 지켜보면서 랑랑 만큼 드라마틱한 연출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렇게 비교대상만 없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전문 레파투아를 만들어가는 연주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임동혁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한국의 소녀팬들을 클래식 공연장으로 끌어들인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김정원은 논외로 하겠다.) 국제 콩쿨을 휩쓸며 (역시나) ‘리틀 쇼팽으로 명성을 날렸던 임동혁의 매력은 수줍어하는 외모와는 달리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연주를 보여준다는 데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협연을 통해서 다소 단독적이었다는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임동혁에 비해 조금 더 애늙은이같고 조금 더 깡다구가 있는 피아니스트가 바로 김선욱이다. 상당한 애연가라는 주변의 증언만큼이나 인생의 깊이를 일찍이 깨친 케이스랄까. (허어 -_-) 명망 있는 대기업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앞의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달리 순수국내피교육자라는 사실이 클래식계에서는 기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물론 손열음도, 고봉인도 있다!!!) 게다가 연주 내내 구도자와 같은 심각한 표정과 진지한 해석은 자칫 그의 나이를 의심하게끔 한다. , 그런 조숙함이 그를 오늘의 경지에 이르게끔 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매력 만점인 ‘Pi-Male-List’라면 자본의 계략인줄 뻔히 알고도 넙죽넙죽 상납하지 않겠는가. 때때로 그들의 음악이 아닌 다른 요소에 빠진 자신을 발견할 때쯤이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고상한 취미의 21세기적 진화니깐 눈 딱 감고 속아주련다.  



 베를린 필과 랑랑 협연,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콘체르토 작품번호 1, 1악장
(그의 데뷔시절이니 조금 더 풋풋한 맛이 있습니다요;)  

2008/08/29 23:25 2008/08/29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