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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센터'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9/22  동시대인의 비애
  2. 2009/08/24  Tacit Group Recital

동시대인의 비애

이따금 동시대인으로서 비애를 느낄 때가 있다. 그 감정이 상대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전자가 무작정 안타깝고 슬픈 것이라면 후자는 뭉클하면서 자책하는 어떤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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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두산아트센터 Space 111에서 있었던 <사천가>의 마지막 공연은 이 두 가지 종류의 비애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작품에 투영된 대상에 대해,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매개인에 대해. 브레히트의 희곡을 오늘날 서울의 풍경에 맞게 재해석한 이자람의 창작판소리극 <사천가>는 이렇게 풍성한 감상을 선물했다. (관련기사 1 + 2)

어릴 적부터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던 소리꾼 이자람은 나와 같은 또래들이 가장 질투하는 대상일 것이다. ‘여대생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여성이 메이저 방송국의 유명앵커인 것과는 다른 맥락에서 이자람또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끼와 장기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어지러운 시대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 같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하나 둘씩 넓혀가는 것. 그 하나 빠질 것 없는 길을 걸어왔으면서도 안주하게끔 하는 요소들과 끊임없이 단절을 시도하는 것. 새로운 생각을 단순한 공상에 그치게 하지 않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고민하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 나는 그녀만큼 소통하는 이를 본 적이 없고, 그녀만큼 열정 넘치는 이를 보지 못했노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럴듯한 정보 너머로만 알고 있었던 대상을 한 번의 공연으로, 그 진한 만남으로 잘 알게 되었노라-고백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인가. 그만큼 이자람은 생면부지의 이들과 적극적으로 만났고, 잊혀지지 않을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시각 이후부터 나는 그녀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질투가 지지부진한 감정싸움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그녀를 향한 부러움과 존경을 통해 나를 더 돌아보고, 나의 작업, 나의 숨 하나하나를 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리오. 나는 그녀와의 동시대인으로서 비애를 느낀다. 그러나 이런 비애라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기에, 달게 삼키리라.   

2009/09/22 13:14 2009/09/22 13:14

Tacit Group Rec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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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싯그룹의 첫 번째 단독공연에 다녀왔다. 컴퓨터음악, 미디어아트하면 아직도 생소하게 생각하거나 난해하거나 심지어 (덮어놓고)혐오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모든 낯선 것에 대한 처음 반응이 바로 이러한 거리 두기가 아니던가. 꾹 참고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새삼 달라진 눈과 귀를 발견할 수 있다. 꼭 그래야만 하냐고 묻는다면, 물론 그렇지 않다. 하지만 지금껏 경험해왔던 것과 다른 선상의, 확장된 오감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당신을 기꺼이 낯섦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다.

이전 여러 영상으로 만나봤던 장재호교수님(한예종 음악테크놀로지과) DJ가재발(미디어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실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두산아트센터를 찾았다. 한 시간 남짓한 공연시간 동안 즉흥적 연주에 가까운 5곡을 연주(?)했다. ‘채팅이라는 한글 언어 사용 환경이 음악으로 전화되는 작품이었던 <훈민정악>, 게임의 진행상황이 음의 조합으로 연결되는 알고리즘을 선보인 <Puzzle 15>, ‘미니멀 음악의 선구자 테리 라일리의 작품으로 원래는 어쿠스틱 악기 여러 대로 연주하도록 만들어진 곡이지만, 53개의 악구를 랜덤으로 연주하면서도 작곡자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이중고를 감행한 <inC>, 즉흥연주와 타이포그래피의 시각화가 흥미로웠던 <Improvisation>, 마지막으로 테트리스 게임을 하며 만들어지는 블록의 모양에 따라 다른 음이 연주된 <Game over>에 이르기까지. 참신한 관객과 또는 연주자간의 인터랙션을 끌어내면서도 알고리즘 컴포지션이라는 자신들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광경이 꽤나 즐거웠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일부국가에서는 이와 같은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가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고, 그 시도의 다양성 또한 셀 수 없이 다채롭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단독공연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참 반갑다. 물론 아직까지 관객규모가 크진 않지만, 잠재적으로 이 영역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감안해볼 때 태싯그룹 뿐 아니라, 또 다른 퍼포머들이 등장해 파이 자체를 키워주면 한층 공연환경이 풍성해 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CT내에서의 환경은 내게 직접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한다기 보단, 어떤 요소가 어디에 필요한지를 가늠케 하는 시각을 제공했다. 문화와 기술, 또는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접점은 실로 어마어마하지만, 그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을 주변에서 찾아보기는 힘들다. 미래의 음악, 미래의 이야기, 미래의 집은 과연 어떤 형상을 하고 있을지, 나 자신조차 모르긴 하나 그를 한 번쯤 상상해 보는 작업은 현재에 발을 딛고 있는 우리에게 탁 트인 시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 ‘왜 그걸 해 봐야 하지?’라는 질문보다는 한 번 해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이 우리에겐 더 필요한 게 아닐까 한다. 그래야만 오늘을 뛰어넘어 볼 수 있을 테니.  

2009/08/24 00:01 2009/08/2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