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체류기 (4) 베니스 섬 기행

베니스에는 여러 작은 섬들이 있다. 해수욕장과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리도섬과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 그리고 알록달록한 예쁜 집들로 알려진 부라노섬까지. 시간관계 상 같은 길목에 놓여진 무라노섬과 부라노섬만을 잠시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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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공방(좌)과 전시장(우)


베니스 유리공예의 역사와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는 섬 무라노에는 여러 유리공방과 고가의 유리공예품을 파는 전시장으로 가득하다. 운이 좋으면 열려진 공방 문 사이로 유리공예하는 모습을 훔쳐볼 수도 있다. (이열치열이 따로 없다. 더운 날씨에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유리를 보니;;;) 실수라도 해서 깰까 싶어 전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쉽게 손이 갈 수 있는 기념품은 없었다. 다소 원색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의 장식 때문에 설사 재량이 된다 해도 구입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었다. 묵었던 숙소에도 전시장에서 본 고가의 샹들리에와 같은 것이 있었는데, (우리 생각에) 촌스럽다고 함부로 대할 게 아니었던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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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서 예쁜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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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창


폭염에 지쳐 배를 타고 조금 더 달려가니, 그리스의 산토리니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부라노섬이 눈에 들어왔다. 3년 전,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푸른 지중해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하얀 벽과 푸른 지붕의 집들이 잊을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냈던 산토리니. 그 곳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였지만, 부라노섬의 아기자기함과 알록달록함은 동화 속 나라에나 나올 법한 것이었다. 늘상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른 개성을 자랑하면서도 이렇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부분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집을 짓고 색을 칠하고 살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을 테고, 배로만 다니면 불편하니 차도 들여오고, 하다못해 오토바이나 자전거라도 들여오고픈 마음이 들텐데도 그곳의 사람들은 자연스러움에 느림에 익숙해진 듯 했다.

여행을 다녀온 지금도 물론, 서울은 세계에서 (돈만 있다면) 가장 편리한 도시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 편리함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인간위주’, ‘자기위주로 변화시켰는지 한 번 되돌아볼 일이다. 인간의 편의에 자연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자기다움에 인간이 순응해야 하는 이유. 바로 베니스의 작은 섬들에서 깨닫는 진리다.

2009/08/20 11:31 2009/08/20 11:31

이탈리아 체류기 (3) 베니스씨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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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는 여러모로 매력적인 면모가 많은 노신사와 같았다. 정신 없이 계속된 비행 이후에는 그 어떤 그림과 같은 풍경이 이어져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다가, 여독이 풀리고 정신줄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을 때면 그 엄청난 매혹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이다. 이탈리아에 오랜 기간 살고 있는 한 지인이 넌지시 던졌던 말처럼 이탈리아의 모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알고 보면 대단한 무언가였던 것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말이지만, 역사를 파는 덴 일가견이 있다. 조상 잘 만나 호강하는 격이랄까.

뜯어보며 볼수록, 요즘 말로는 그야말로 볼매베니스. 리알토 다리, 아카데미아 다리 등지에서 내려다보는 뷰도 그렇지만, 지도 없이 여기저기 헤매면서 마주치는 골목들, 자정을 넘어서까지도 시끌벅적한 바와 광장의 분위기,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반나절만 서는 장터, 베니스의 상징 고양이까지. 눈 안에 담아 그 순간을 영원히 박제하고 싶을 만큼 베니스의 곳곳은 예술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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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사이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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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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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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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고 지나가는 야옹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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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장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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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가게 아저씨


우리나라에도 저 아래쪽 어딘가에 2의 베니스를 만든다고 한다. 된다고 믿고픈 이들이 몇몇 있는 줄로 알지만, ‘2의 무언가는 독창성을 잃은 모조품이 되기 십상이다. 베니스의 면면을 살피며 드는 생각은 시간이상으로 팔 수 있는 관광상품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묵혀야 가치가 사는 시간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버젓함이 더 중요한가 보다. 그런 마인드로는 관광뿐 아니라, 그를 만들어내는 정신도 우리의 것이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고마워요, 베니스씨. 케케묵은 진리를 알게 해줘서.

2009/08/18 22:14 2009/08/18 22:14

이탈리아 체류기 (2) 베니스비엔날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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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Worlds>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6 7일부터 개막한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현장을 다녀온 것은 체류 2일째. 비엔날레는 크게 두 곳의 공간, Giardini Arsenale에서 진행되었다. Giardini는 월요일에 Arsenale는 화요일에 휴관을 하는 관계로 필자가 방문했던 화요일에는 Giardini를 살펴볼 수 밖에 없었다. 오픈 시간 전부터 많은 행렬로 입구는 붐볐지만, 느긋한 유러피언 행정에 기나긴 줄은 줄어들 줄 몰랐다. (여담이지만, 한국사람들의 성미가 급하긴 급한가 보다. 상대적으로 느린-그러나 그들에겐 정상적인-속도의 일 처리를 마주할 때면 기다림의 미학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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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ardini는 총 30개의 국가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큰 공원 안에 국가관들을 취향대로 찾아 다니는 맛이 있었다. 입구를 통과해 처음 들어갔던 곳은 러시아관으로 혁명적인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앞세웠다. 6000년 이후의 지구와 세상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그려낸 각각의 일러스트가 재기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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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기를 끌었던 전시관은 노르딕 국가관(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었다. 어느 게이작가의 죽음을 영화 세트장처럼 꾸민 것이 특징이었는데, 관객들에게 그를 죽음으로 몰았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듯 여러 단서를 남겨준 것이 쏠쏠한 재미를 자아냈다. 물론 그 안에 놓인 여러 설치작품과 디자인, 회화작품 등은 이 전시를 위해 직접 만든 것이어서 스토리가 있는 전시, 디자인과 파인아트의 경계를 해체하는 전시로서 각광받았다. 특히 노르딕 국가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특유의 정갈한 분위기와 그들의 가구디자인, 실내디자인 철학이 잘 맞아떨어져서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하면서도 자신들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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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덴마크관도 이러한 재기발랄함에 동승하는 듯했다. 수집문화에 대한 냉소와 그 안에 숨은 여러 개의 스토리와 글로벌리즘과 관련된 여러 생각들을 찾아낼 수 있게끔 설치되었다. 유럽의 어느 고급 가정집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자아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부서지고 왜곡된 설치물은 오랜 역사 동안 지속되어왔던 유럽의 수집문화가 내포한 허영을 꼬집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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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관은 지리적으로도 찾기 쉽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져 조금 아쉬웠다. 초청작가인 양혜규의 설치작품 또한 현지에서는 난해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본관의 거대한 사진작품은 일그러진 미를 표현하려고 했지만, 이미지의 지나친 그로테스크함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감상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미국관은 방문객 숫자까지 컨트롤해가며 까다로운 면모를 보였지만, 브루스 나우만의 8,90년대 유명작품들을 전시해 참신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우만은 이미 정상을 차지한 작가이고, 그의 신작이 아닌 20년 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을 신진작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오마주도 아닌 형식으로 다시 전시하는데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프랑스관은 전시관 내부를 칠하고 환기를 제대로 시키지 않았는지 악취가 심해 다섯 발자국 이상 진입하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독일관은 목재가구와 나레이션을 접목해 전시했지만 큰 호응은 없었다.

비엔날레의 중요성은 누구나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유럽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은 한국의 입장으로서는 조금 더 효과적으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과 예술강대국이란 단어를 아직 동일시 하기에는 이르지만, 노르딕 국가관처럼 스스로 가진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어떤 이는 역사를, 어떤 이는 미래성을 어떤 이는 엽기와 충격을 내세우는 가운데, 과연 우리의 색깔,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곰곰이 되짚어보게 되는 기회였다.   

2009/08/17 10:57 2009/08/17 10:57

이탈리아 체류기 (1) 베니스 입성

*오늘부터 며칠 간은 장장 8일 간의 이탈리아 체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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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비행시간과 대기시간을 합하여 거의 20시간에 달하는 강행군 끝에 베니스에 도착했다. 외세의 침략을 피해 바다 위에 세운 도시 베니스. 10세기부터 번영하기 시작한 베네치아 공화국의 문화는 15세기 유럽의 중심부로 기능하기에 이른다. 라이벌 제노바를 제치고, 숙적 터키와의 끝없는 싸움가운데서도 지출 줄 몰랐던 베네치아 인들의 숨결이 깃든 곳. 오래된 역사소설 안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베니스를 2009년의 눈으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좀 전의 피로를 떨쳐낼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이야기>,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의 주요기점, 비발디의 <사계>가 태어난 곳 모두 베니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베니스가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도시인지 짐작하게 된다. 특히 이탈리아가 낳은 거장, 루치아노 비스콘티의 영화 <Morte a Venezia>(토마스 만 소설이 원작) 속 주인공 작가가 흠모하던 소년을 바라보며 죽음을 맞이하던 때 흘러나왔던 말러 교향곡 5 4악장을 베니스의 노을을 등지며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하는 황홀한 상상까지 더한다면, 예술적 영감이라는 부분에서 그 어디에도 베니스에 필적할 만한 곳은 없지 않을까 싶다.

육지로 이어지는 연결통로 로마광장에서 바포레토(수상버스)를 타고 숙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멍하니 베니스의 전경에 취했다. , 드디어 베니스.



2009/08/14 11:10 2009/08/14 11:10

Conference in Ve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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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간 포스팅이 뜸했던 변명을 이제야 하게 되는 군요. 저는 지금 베니스에 있습니다.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Arts in Society라는 학회에서 ‘Leadership in Art Organization: How to diagnose the efficiency of leadership in art organization’이란 제목으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국제적으로 망신살 뻗치는 게 아닐까 싶어 걱정이 앞서지만, 뭐 한술 밥에 배 부를 수 있나요. 이렇게 하다 보면, 다음엔 더 낫겠지-하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발제준비는 제쳐두고, 베니스 비엔날레 행사장 중 하나인 Giardini에 다녀왔는데요. 생각보다 난해한 설치미술이 많아서 그런지, 조금 당황스러웠던 게 이제까지의 중평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다녀와서 더 말씀 드리도록 하죠. 아무튼 학회준비로 블로그에 먼지가 뽀얗게 앉은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다녀와서는 다시 열심히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등한시 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너른 이해 부탁 드립니다. 그럼, 7월 마무리 잘 하시고 8월에 뵐게요. Ciao!  

2009/07/29 00:51 2009/07/29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