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Interior
Edward Hopper, Summer Interior, 1909
여름의 끝. 그건 아무도 정해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숫자의 조합 속에 계절을 가둬놓았다. 무한히 반복되는 시간의 속성을 알면서도 굳이 일차원 상의 처음과 마지막을 정해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냥 무서웠던 것인가. 지금을 살고 있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면, 나 자신의 존재조차 의심스러울 것 같아서, 그래서? 진짜로 두려운 것은 따로 있다. 존재함의 고독함과 맞닥뜨릴 때,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어딘가로 내몰렸을 때 스포트라이트는 잔인한 기승을 부린다. 낯설지 않아야 될 것들을 잊게 만드는 정신 없는 21세기 안에 기능주의의 아편을 맞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보지만, 언제까지 갈까. 끝을 알 수 없는 여름은 그렇게 조용히 흔적을 남기고 떠난다. 일어서 힘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