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오페라'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8/21  이탈리아체류기 (5) 아레나 in 베로나 (4)

이탈리아체류기 (5) 아레나 in 베로나

발표를 마치던 날, 나머지 일정을 마치고 늦은 오후 베니스에서 베로나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특이하게도 같은 2등석이라도 에어컨이 작동되는 칸과 그렇지 않은 칸이 있음을 발견했다. (왜 그랬을까.) 담담한 척해도 은연중에 긴장을 했는지 가는 기차 안에서 금방 골아 떨어졌다. 한 시간 반 남짓 서쪽을 향해 달리다 보니 아담한 도시 베로나에 당도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로나는 소박하지만 고풍스러운 전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였다. 아디제 강을 따라 펼쳐져 있는 크고 작은 건물들과 은은한 빛의 도시색이 눈에 들어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로도 유명한 이곳엔 낭만이 구석구석 숨어있는 듯 했다. 중앙역에서 내려 이 십분 가량 걸으면 베로나의 중심인 브라광장과 만나게 되고 그곳에는 바로 그 유명한 베로나의 원형극장, 아레나가 웅장한 자세를 뽐내고 있다.

1910년 지휘자 툴리오 세라핀은 베네치아에서 밀라노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었다고 한다. 베로나 부근에 진입하자 일행은 베로나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고, 세라핀은 불현듯 그곳에서 내리자고 제안했다. 다짜고짜 아레나에 들어가 바이올린을 켜게 한 세라핀은 아름다운 소리에 감탄했고, 결국 1913 8월 처음으로 베르디의 <아이다>가 아레나에서 공연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Arena di Verona Festival>의 시초가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찾은 저녁 7시의 브라광장은 화려하게 차려 입은 관객들로 가득했다. 매일 다른 레퍼토리의 공연을 펼친다는 아레나 외부 한 켠엔 다음 날 공연의 조형물들이 눈에 띄었다. 여러 개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원형극장은 웅장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아테네의 신전이 신들의 향연이 벌여지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면, 베로나의 아레나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를 제공해주는 듯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디 아레나의 메인 공연으로 유명한 <아이다>를 보려고 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카르멘>을 예매했다. 자유석을 구하려다, 선착순으로 입장하기 위해 폭염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 좌석 중 가장 저렴한 것을 골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유로를 호가했다) 프랑코 제피렐리의 무대미술이 흥미로웠던 아레나의 무대는 자연미를 최대한 살리는 듯한 연출을 보여줬다. 공연 당일은 만석은 아니었지만, 입장 시 나누어줬던 촛불을 나눠 붙이며 아레나 속을 환하게 비추는 관객들 덕분에 훈훈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첨단의 기술과 무대는 없었지만, 아날로그적인 공연의 힘이 가지는 최상을 보여줬던 아레나의 오페라. 더운 여름 밤 속 협소한 자리의 불편함을 말끔히 씻어버리는 예술적 펀치였다. Grazie, Arena! Grazie, Verona!  

2009/08/21 11:18 2009/08/21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