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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9/12  日本式家庭料理 no. 1
  2. 2008/09/15  [에세이] Close to Essentials 1 (1)

日本式家庭料理 no. 1

누군가 나에게 지난 여름 무엇을 했냐고 묻는다면, 그 무엇보다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일-전 일본요리만화를 섭렵했습니다. ‘맛의 달인과 같은 만화는 100권이 넘어가니 그것만 다 보려고 해도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아니 체력도 부족했고, 하나하나씩 암기(?)하고 넘어가는 머리도 부족했다. 양질의 만화가 모두 그렇듯, 너무나 방대한 양을 전문적인 시각으로 풀어나가는 작가들의 역량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요리를 직접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가이세키와 같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요리보다는 가정에서도 쉽게 해먹는 소박한(일본가정식도 소박하지만은 않더라는 사실) 음식들을 만들어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츠지원이 넘버원이라고 했지만, 역시나 너무나 부담스런 가격 때문에 차선으로 다른 요리학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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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로 나가는 토요반에서는 가을코스로 총6회의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오늘 만들어 본 요리는 선선한 가을에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몸을 따스하게 감싸줄 수 있는 메뉴로 구성되었다. 톳영양밥과 새우완자 맑은 국, 일본식 토마토 그라탕과 야채튀김피클(일반 피클처럼 새콤하지는 않지만 튀김옷 없이 튀겨낸 각종 제철채소를 간장, 설탕, 청주, 물 등을 섞은 물에 담가놓아 밑반찬처럼 먹을 수 있다), 뭐 하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쉽게 만들 수 없는-그러나 완성품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지는 요리들이었다. 음식에 대해, 미각에 대해, 식재료에 대해 남다른 자세와 철학을 가진 일본인들의 면면을 단시간의 조리학습으로 다 맛볼 순 없겠지만, 그림으로만 보던 음식을 향이 나는 실제의 먹거리로 재탄생 시킬 수 있음에 행복할 따름이다.  

2009/09/12 23:43 2009/09/12 23:43

[에세이] Close to Essentials 1


 

*쿨투라 스코프에서 준비한 두 번째 연재물 ‘Close to Essentials’는 말 그대로 아주 본질적인 것에 가까이 가고자준비한 짧은 에세이로 이뤄질 예정이다. 옷 입기 에서도 베이직 셔츠가 가장 제대로 입기 어려운 것처럼 의외로 우리의 삶은 기본적인 요소들이 잘못 매듭지어져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뭐 딱히 그걸 똑바로고치려는 생각은 없다. 그저 기본이 뭔가에 대해 짚어볼 요량이다. 아참, 다분히 사적인 견해니 이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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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수년 전, 우연히 만나 뵈었던 여장부 스타일의 건축가 한 분은 지나가는 듯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요리는 말이죠.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은 대부분 똑똑한 사람들이 많죠. 특히 창조적인 사람들이 요리를 잘 해요. 실험정신이 있으니깐요. 그리고 이에 대한 감각이 있죠. 이 맛과 저 맛은 어울릴 것이다. 어울릴 만 하다, 하는 식의 육감이 있단 말에요. 그니깐 맛과 색, 영양소, 조리법 등의 매칭이 머릿속에서 감각적으로,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사람들이 요리를 잘 해요.”

 

실제 그랬다. 주변에서도 요리를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분히 창조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고, 학습능력도 대단히 빨랐다. 한 번 먹어본 것을 그대로 재현할 줄 아는 절대 미각형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미각과 새로운 재료와 섞어 독특하게 재해석할 수 있는 모험가 형도 있었다.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은 제 각각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멀티태스킹의 대가라는 사실이었다.

 

요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이는 알 것이다. 한 개의 요리를 하건, 세 개의 요리를 동시에 하건 머리가 새까매질 정도로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한식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딱히 상 위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쉬이 했을 법한 요리도 알고 보면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런 류의 요리가 통상적으로 서너 개 이상씩 올라오는 것이 우리네의 밥상이다. (그러니 어머님들께 늘 감사하자.)

 

가스렌지 위에서 물은 펄펄 끓고, 생마늘은 찧어야 하고 소금 한 작은 술, 어랏. 들기름은 어딧더라. 이런 식이다, . 잘 모르는 경우, 레시피를 여기저기 붙여놓고 요리하는 경우가 있지만, 능숙한 이들에게 레시피는 머릿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 이상의 요리를 진행하니, 이는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지휘자의 노동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해도 맞을 것이다. (그런 이유는 아니겠지만, 정명훈도 요리책을 냈을 만큼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리에 대한 미각과 관련하여 놀라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중년의 의사 분이 말씀하시길, “우리 아내는 요리를 잘 못해요. 그 이유를 곰곰이 짚어가다 보니 장모님이 나오십디다. 장모님이 솜씨가 없으시니, 그 요리를 먹고 자란 우리 아내의 미각의 절대치도 딱 그 정도인 거에요. 그게 맛있다고 여기며, 거기에 미각이 길들여져서 더 이상 맛을 내지 못하는 거죠.” 나름대로 논리가 있었기에, 요리를 못한다고 해서 누군가를 마냥 놀릴 만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미각의 절대치라. 그것도 다 개인별로 상대적이기 마련인 것이니 말이다.

 

최근 요리를 잘 하는 남자가 인기다. ‘우결에서 마음껏 요리 실력을 보여준 알렉스나, ‘식객에서 요리사로 분한 김래원이 유난히 관련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게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뭔가가 떨어진다는 말도 케케묵은 얘기가 돼버렸나 보다. 요즘 들어서는 아내보다 요리를 잘하는 남편이 부쩍 늘었다니 말이다. 요리 잘하는 남자는 비단 여성성과 남성성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남성에게 기대하는 가치가 힘 센 보호자형에서 가정적인 내조형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감 중 하나인 미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종()으로서의 진화에도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한 시간 동안 준비해서 오분 안에 끝나버리는 게 요리의 진수라면 삶이 허망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 오분 안에 경험하는 미각의 깊이(인상)가 누군가의 인생을 뒤집어 놓을 수 있을 정도의 임팩트를 지닌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요리는 하는 사람과 그를 먹어주는 사람 간의 진중한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렇기에 이 값진 기회를 경험해본 이와 그렇지 않은 이 간에는 극명한 이해의 차이가 있다. 당신은 작가인 동시에 관객이 되겠는가, 아니면 평생 작품의 일면만을 보는 관객으로 남겠는가. 요리에 있어서는 최소한 경험주의의 절대적인 신봉자가 되고프다.   

 

+최근 봤던 일드 중에 아오이 유우가 주인공으로 분한 <오센>이 기억에 남는다. 아오이 유우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전통일식집의 젊은 여주인으로 분했는데, 음식을 만들어가는 세세한 과정이 인상 깊었다. 스토리 라인에 극적인 맛은 없지만, 눈으로라도 즐겁고 싶다면 & 요리 만화 또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볼만하다.

 

2008/09/15 20:56 2008/09/15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