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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8  툭하면

툭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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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연히 한 모임에서 초면인 이들과 통성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심코 나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중 외모상으로는 저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여성분이 대뜸 는 스스스스물 일곱이에요.”하고 답하는 바람에 적잖이 당황 했드랬죠. ‘아니, 저 여자만큼은아닐텐데…’하는 생각을 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그 중에서 전 본의 아니게,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나름대로 요즘 유행하는 동안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생물학적 나이테는 따로 노는 이야기인가 봅니다. (어쨌든 좀 씁쓸했습니다. 저보다 한참은 돼 보이는 남성분들이 누나라고 부를 때는 시쳇말로 식겁했습니다.)

한국인들이 잘 하는 말이 하나 있죠. ‘나잇값이란 표현인데, 나이에 비례하는 언행에 대한 기대치를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이에 반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요즘 들어 툭하면 눈물이 그렇게 납니다. 특히 서러운 일도 한이 맺힌 일도 없건만, 조금만 감정을 건드려도 어느새 눈물 줄기가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스스로도 주책스러워서 금새 닦아내고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세월 탓이려니하면서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기도 합니다.

남자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상처가 나면 잘 아물지 않는다,거나 밤 새면 다음 날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거나 예전에는 없던 군살이 마구 붙기 시작한다거나 말이죠. 내면적으로도 서서히 변화가 생겨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이십 대와는 달리,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어진다고도 말합니다. 실제 이런 내외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여성은 더욱 강인해 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알파걸로 자라난 엄친딸골드미스가 되는 오늘에는 더더욱 말이죠. 믿기 어려우시죠? 하지만 사실입니다.

서른 즈음의 여성으로만 포커스를 좁혀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툭하면 눈물이 난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에게 위로인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삶을 살아온 당신에게 수고했다고 인정해주는 말 한마디가 절실했던 겁니다. 문득 소프라노 홍혜경씨가 서른을 넘긴 나이에 아이를 출산하고 다시 무대에 섰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예전에 무심코 넘겼던 이야기가 다시 곱씹어보니, 그리 호락호락한 내용이 아니었다 싶네요. 몸소 먼저 난 자로서 덤덤히 길을 가주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지난 해 크게 인기를 끌었던 공지영씨의 책 <나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도 떠오르네요. 무덤덤했던 남성독자들과는 달리, 열광적인 반응을 주었던 여성독자들이 발견한 것은 바로 들어줌의 위로, 말해줌의 위로였습니다. ‘나는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또는 너는 잘 하고 있어등의 말들은 쉬운 것 같지만, 실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위로에 목마른 계절, 인정이 고픈 계절.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여진 사람이 있다면, 아니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도 먼저 진심으로 위로하고 진심으로 인정해 보세요. 당신이 그토록 받고 싶었던 위로를, 그 먼저 내밀었던 행위 하나만으로도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툭하면 눈물이 난다고요? 괜찮습니다. 잠시 울어도 괜찮습니다. 당신에겐 울 날보다, 그렇지 않을 날이 훨씬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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