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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디 리'에 해당하는 글들

  1. 2008/08/29  Pi-Male-List (1)
  2. 2008/06/26  클래식형 스펙트럼

Pi-Male-List

페미언니들이 들으면 기절하실 얘기지만, 많은 분야에서 초정상에 서 있는 이들 중에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재계를 살펴보면 그러한 성적 편향은 극단적으로 나타나기까지 한다. ‘알파 걸이니 뭐니 지난 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긴 했었지만, 실세의 권력지도에는 별다른 미동이 (아직까지는) 없는 듯 하다. 문화계로 오면 그 상황은 조금 완화되긴 하지만, 얼마 전 방한한 스웨덴 여성 지도자가 말했듯 어느 정도의 평등은 이뤄졌을 지언정, 완전한 평등은 아직 멀었다는 게 적합한 표현일게다. 다소 미신스런 얘기지만, 신은 평균적인 재능은 다수의 여성에게 주시고, 평균 이상의 재능은 소수의 남성에게 주신 건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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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랑랑 (우) 윤디 리


 

중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랑랑과 러시아 출신의 소프라노 안나 넵트레코가 등장했을 2003-4년만 해도 이러한 기운들이 그 전 신동세대-, 키신이나 사라 장이 활동하던 890년대-와는 선을 긋는 일종의 클래식의 MTV’화라고 단정지었다. 그러나 이후 윤디 리, 임동혁(& 임동민), 김선욱 등으로 이어지는 피아노 신예들의 등장은 여성 (신동) 클래식 주자의 행보에 비해 두드러지게 화려한 것이었다. 결국 실력과 외형을 겸비한 예비 스타들이 철저한 마케팅 전략에 의해 노출되는 것이 전혀 새롭지 않게 된 이상, ‘피아니스트 열풍을 넘어선 ‘Pi-Male-List’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수년간 발행된 소비자 분석 서적 가운데 230대 여성의 돈지갑이 가장 큰 타겟이라고 밝힌 내용이 대부분을 이룬다. 그만큼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같은 나이대의 남성에 비해 자기만족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많다는 얘기다. 예를 들자면 최근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보이그룹(빅뱅, 샤이니, 2pm 등등)의 공략대상에 물론 틴에이저 층도 포함되겠지만, 그 이상으로 실질적인 이윤창구로 작동하는 것이 바로 일명 누님들’, 230대 여성층이다. 이런 현상을 곰곰이 살펴보면 시장이 ‘Pi-Male-List’의 등장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하등에 없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결혼보다는 일을, 사회적 시선보다는 개인적 취향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돈 좀 있는) 잠재적 여성 고객층이 형성됨을 예측하고 그 구미에 맞는 패키지를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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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임동혁 (우) 김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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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사적인 호불호가 섞였으나) 그렇다면 그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차갑게 말해 ‘Pi-Male-List’하나 하나가 완벽한 상품이라고 해도 소위 말하는 오로라, 혹은 자체발광이 없다면 그들은 허울 좋은 벽화에 불과하다. 그러나 역시 요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냉혹하다. ‘물건이다 싶지 않은 물건은 아예 내놓지도 않는다. (결국 이제부터 나열할 들은 다 멋지다는 뜻.) 일단 중국의 혜성부터 시작해보자. 화려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전혀 스케일에 눌리는 기색 없이 멋진 연주를 선보인 랑랑. 데뷔할 때부터 열광했던 유럽에서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첫인상이란 천하를 호령하는 중국의 황제와도 같았다. 대륙적인 기질을 넘치게타고난 랑랑은 소품보다는 대곡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고, 작은 독주회보다는 큰 행사에 자신의 200%를 보여주는 예다. 무대매너도 탁월하고, (다분히 미쿡적인) 쇼맨십도 있어 ‘쎄서미스트리트에 출연해 큰 호응을 얻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거물 피아니스트로 거듭났다. 그에 비해 쇼팽 전문가답게 유약한 이미지의 테리우스 윤디 리는 얌전하면서도 선이 살아있는 연주를 선보인다. 유약하다고는 하지만, 강단은 살아있는 걸 보면 역시나 지킬 건 지킨다는 인상을 준다. 두 번의 서울 공연을 지켜보면서 랑랑 만큼 드라마틱한 연출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렇게 비교대상만 없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전문 레파투아를 만들어가는 연주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임동혁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한국의 소녀팬들을 클래식 공연장으로 끌어들인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김정원은 논외로 하겠다.) 국제 콩쿨을 휩쓸며 (역시나) ‘리틀 쇼팽으로 명성을 날렸던 임동혁의 매력은 수줍어하는 외모와는 달리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연주를 보여준다는 데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협연을 통해서 다소 단독적이었다는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임동혁에 비해 조금 더 애늙은이같고 조금 더 깡다구가 있는 피아니스트가 바로 김선욱이다. 상당한 애연가라는 주변의 증언만큼이나 인생의 깊이를 일찍이 깨친 케이스랄까. (허어 -_-) 명망 있는 대기업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앞의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달리 순수국내피교육자라는 사실이 클래식계에서는 기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물론 손열음도, 고봉인도 있다!!!) 게다가 연주 내내 구도자와 같은 심각한 표정과 진지한 해석은 자칫 그의 나이를 의심하게끔 한다. , 그런 조숙함이 그를 오늘의 경지에 이르게끔 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매력 만점인 ‘Pi-Male-List’라면 자본의 계략인줄 뻔히 알고도 넙죽넙죽 상납하지 않겠는가. 때때로 그들의 음악이 아닌 다른 요소에 빠진 자신을 발견할 때쯤이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고상한 취미의 21세기적 진화니깐 눈 딱 감고 속아주련다.  



 베를린 필과 랑랑 협연,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콘체르토 작품번호 1, 1악장
(그의 데뷔시절이니 조금 더 풋풋한 맛이 있습니다요;)  

2008/08/29 23:25 2008/08/29 23:25

클래식형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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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 필의 새 지휘자, 야닉 네제-세겐



넉넉잡고 클래식 음악(Classical Music)의 역사를 따져본다면 11세기 정도가 된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기원을 9세기부터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클래식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워낙 역사와 문화를 걸쳐 다양한 층을 형성해 왔기 때문에 어떤 게 클래식이냐?’고 질문했을 때, 한 마디로 답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클래식 음악은 우리 사회에서 클래식이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지만, 실제 순수하게 언어 자체 만으로 두고 본다면 ‘Classic’‘Classical’ 간에는 어느 정도의 의미 차가 있다. 전자는 일류(작품) 혹은 고전 자체를 지칭하는 단어이며, 후자는 되려 그를 수식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에 그 자체 만으로는 온전한 단어로 사용되기 힘들다.)

 

이런 클래식 음악계(이하 클래식 계)에서 십 수년 전부터 대두되었던 문제가 미래의 클래식이다. 이는 신문의 종말과 유사한 문제로 물론 그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 가야 한다는 내외부의 압력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메이저 레이블 사를 중심으로 하는 스타 마케팅과 POP이나 MTV등과 같은 대중적 장르 혹은 채널과의 제휴는 팔리는 클래식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관련 업계와 클래식 음악가들의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어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펼쳐진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로테르담 필)의 내한 공연은 이러한 클래식 계의 변모하는 스펙트럼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랑랑과 더불어 지난 해에 이어 올해 다시 내한한 윤디 리(Yundi Li)와의 협연은 다분히 이벤트적인 면모가 돋보였고, 오는 8월 로테르담 필에 음악감독으로 정식 취임하는 젊은 지휘자 야닉 네제-세겐(Yannick Nezet-Seguin)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난 해, 윤디 리 공연에 대한 리뷰 링크)  

 

언론에서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된 적이 있지만 이미 유럽 음악계에서는 두스타보 두다멜(27),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36), 다니엘 하딩(33), 필리프 조르당(34) 등의 젊은 2,30대 지휘자들이 대거 등장한 데에 있어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디오 만큼이나 비주얼이 중요해진 이상,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그들의 화려한 외모 혹은 에너제틱한 연주모습), 음악회 실황 뿐 아니라 다양한 DVD작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무한한 영감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젊은 연주자들의 등장이 반가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오히려 동양권에서보다 서양권에서 클래식이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 받고, 고리타분한 음악으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이와 같은 젊은 피(!)를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보인다.  

 

라벨의 ‘La Valse’를 시작으로 윤디 리와 함께한 프로코피에프의 ‘Piano Concerto No.2 in G minor op.16’, 그리고 마지막 작품으로 연주한 쇼스타코비치의 ‘Symphony No.5 in D minor, op.47’에 이르기까지 이번 로테르담 필의 프로그램은 다소 격정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인상을 안겨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차례도 흐트러지지 않고 온몸으로 지휘한(!) 네제-세겐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로테르담 필의 잠재성이 청각의 촉을 타고 흐르는 듯 했다. 불안한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드라마틱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통해서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근현대로부터 그 이전의 시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음악적 여정의 신호탄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아니면 그 이상의 큰 그림이 숨어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의 리드미컬한 지휘봉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음악회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초반까지만 해도 네제-세겐의 진두지휘에 뚱했던 관중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의 4악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와 함께 연신 브라보를 외쳐댔다. 아직 앳된 모습이 가시지 않은 젊은 지휘자의 얼굴 뒤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의 무게와 이해의 연륜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젊은 것은 늘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지 않은 것보다는 좋은 것이 많다고 느껴지는 때다. 그렇기에 이 젊은 지휘자의 서른 넷이 염려스럽기 보단 이유 없이 두근거린다. (연합뉴스 공연관련 기사)   



2008/06/26 23:58 2008/06/26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