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후예들

며칠 전 들른 한 고속도로의 휴게소 입구에서 눈길을 끄는 공연그룹을 만날 수 있었다. “아파치족의 후예들이 왔다”라는 슬로건 아래 진짜 인디언(American Indians)으로 보이는 이들이 한창 공연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한 쪽 손에는 호떡이며, 핫바며 먹을 것을 잔뜩 든 행인들이 기웃거리며 그들을 지켜보았고, 무대가 아닌 통행입구 중앙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인디언 음악(으로 추정되는)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직접 사진을 찍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핸드폰을 가방 깊숙이 넣어버렸다. 그들의 눈에 생경할 검은 눈의 누군가가 허락도 없이 셔터를 누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베를린시 첼렌도르프(Zehlendorf)에는 오래된 미군부대가 있었다. 그 주변에는 꽤 큰 드라이브 인 맥도널드를 중심으로 미군주거단지가 자리했다. 매년 5월이 되면, ‘미국축제’가 그 근방에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마다 작은 공터에서 포니(Pony)를 태워주던 인디언들이 있었다. 유치원 친구의 생일파티 때 코스튬으로 입었던 의상도 (꼬마) 인디언 복장. 비네투(Winnetou)라는 유명한 인디언 캐릭터가 등장했던 칼 마이(Karl May) 원작의 영화들도 어린 시절 진한 기억들로 남아있다. (칼 마이는 인디언이 등장하는 수많은 소설들로 1920년대 독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작가이다. 그의 소설들은 60년대 영화화되기 시작해 소설 이상의 인기를 누렸다.)
그로부터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익숙했던 인디언의 후예들을 한국의 휴게소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찰나의 마주침이었지만 왠지 모를 어색함에 먼 발치에서 그들을 한참 동안이나 뒤돌아보았다. 그들을 휴게소로 내몬 것은 무엇이었을까. 확실한 건, 그들의 ‘영혼’은 아니었을 거란 사실이 알싸하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