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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4  그 남자의 책 (下) (2)
  2. 2008/08/03  그 남자의 책 (上)

그 남자의 책 (下)

 

남학생들에게 중고등학교 시절 미혼의 양호 선생님이 뽀얀 연분홍의 로망이라면, 여학생들에게도 병약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국어 선생님이(물론 ) 봄날 벚꽃마냥 가슴을 흐드러지게 수놓는 존재일 것이다. 김영하와 김윤철은 모두 내 선생이었고, 스승이었다. 그들은 소설가였고, 감독이었고, 누구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색이 분명했다. 두 분 모두 예술을 하겠다고 들어온 젊은이들에게 어떤 어떤 기준에 의해 넌 A, B’하는 식으로 교육을 한다는 것에 회의적이었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훈련하고 소통하고, 또한 침묵했다. 격 없는 관계가 형성되기 쉬운 판에서도 두 분은 약속이나 한 듯(혹은 쿨가이들은 모두 그래야만 한다는 듯) 학생들과 지나칠 정도로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했고, 자신들의 영역을 누군가 침범하는 것도 허용치 않았다. (거리 두기는 상당히 조용히 이뤄졌는데, 그 어떤 방식보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쿨가이들은 그래서 무섭다.) 그러나 그런 식의 나 너 관심 없거든하는 잰 체의 제스처가 철 모르는 처자들에겐 몰랑몰랑한 가래떡에 꼬치 끼워지듯 쏙쏙 꽂히기 마련이었다. 두둥- 간지제왕들의 말 없이 눈빛만으로도 이 책을 읽으란 말이얏!’하고 명령하곤 했는데, 역시 일상의 SM은 더할 나위 없는 피알 법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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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김영하 (소설가)

 

김영하 선생() 주변에는 여자가 많다. 물론 오해할 만한 녀자들은 아니지만, 아무튼 인기가 좋다. (좋으시다.) 무심한 듯 하면서도 오늘 스카프가 예쁘네.”, “, 그건 애플에서 새로 나온건가?”하는 식으로 기분 업 용 멘트를 잘 구사한다. 외형적으로도 훤칠한 키에 자주 바뀌는 안경테, 캐주얼 하면서도 어디서 찾아보기 힘든 유니크한,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걸 귀신같이 알아내 소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자신이 고백했듯 쇼핑 광인 덕일까. 물건에 관심이 많으니, 그에 따라 관찰력도 느는 법이고, 자연스레 자신의 체형과 스타일을 정확하게 간파하는 것이리라. (옷을 잘 입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스타일과 남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적절히 조절할 줄 안다. 반대로 잘 못 입는 사람은 자신의 체형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한 채 단순히 유행을 따르거나 정확한 분석 없이 옷을 걸친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요소와는 별개로 그는 소위 자체발광하는 부류의 그런 사람이다. 사람 자체로 매력인 이 중에 하나가 그인 것이다. ‘매력적인건 2차적으로 발산되는 것이고.

“<나를 부르는 숲> 읽어봤어요? 진짜 한 번 봐요. 너무 웃겨.”하면서 건네주신 빌 브라이슨의 대표작. 김영하 선생은 평소에도 지적인 유머를 자주 구사하곤 했는데, 그 때문에 수업 시간에도 지으라는 글은 안 짓고 온통 웃기만 하다 끝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실로 <나를 부르는 숲>을 읽으며 느꼈던 유머의 힘은, 억지로 웃을 빌미를 만들어 웃음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 고도로 훈련된 유머의 슬랩스틱 마냥 몸으로 습관으로 체득되어야만 언제 어디서든 터질 수 있는 성격이 것이었다. 정극 보다 코미디 극이 100배 어렵다는 말이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닌 것처럼, 유머러스한 성향은 정밀한 관찰을 통한 내공이 쌓였을 때만이 가능한 고도의 전법이다.

그는 학교도 떠났고, 그의 인기 많던 홈페이지도 떠났고, 한국도 (잠시) 떠났지만 언제 떠냤냐는 듯이 (쌍팔년도식 표현따라) ‘혜성처럼,하고 다시 돌아올 것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의 신간에 밤을 지새워가며 유머세포 한 줄기 부여잡고 낄낄거리며 눈물 흘릴 한 명의 열혈독자에게 무한한 생의 환희를 안겨줄 것이다. 김영하, 포에버. (최근 인터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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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몬드 카버 지음



김윤철 (감독)

 

김윤철 선생()이 학교에 처음 발을 딛던 2005년 가을학기. 바야흐로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열풍이 그 해 여름을 강타하고 난 다음이라, 시큰둥하기 짝이 없던 영상원의 처자들도 맑은 가을 밤하늘의 별들마냥 눈망울을 초롱거리고 있었다. 그의 등장, 두둥- 조금은 큰 듯한(!) 다크 네이비 코트에 보잉 선글라스, 한 손의 에르메스 가방과 다른 한 손의 스타벅스 그란데를 살며시 쥐고 (역시나) 다크 네이비 골프에서 날렵하게 내리는 모습이 포착. - 몇 몇 남학생들은 된장을 연발하고 있었지만, 여학생들의 눈에는 그 된장스러움마저도 일종의 브랜드로 또한 트렌드로 굳게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정타. 그는 심지어 잘.... 현빈과 김선아와 함께 찍은 사진이 한동안 인터넷 사이트를 떠돌았고, 현빈의 사이즈에 뒤지지 않는 조막만한얼굴과 미쿡에 클루니 옵하가 있다면 우리에겐 윤철 킴이 있다규하는 식으로 아주 바람직한 중년상을 지향하는 무르익은 이목구비. 게다가 그건 잘 모르겠는데.”, “난 그거 별로 관심이 없어.”하는 얄짤없는 말투와 남을 (거의)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 취향은 그의 신비주의를 한껏 격상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김윤철 선생이 가장 좋아했던 작가 중의 하나가 레이몬드 카버였다. 그 중에서도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힌 후 자신의 감상을 자유로이 말하게끔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과장 없이 8할 이상이 그 단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늘상 여기 와서 내가 얻어갈 것에 골몰하시던 그의 실적주의에 부합하지 못한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그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 단편은 어느 정도 살아보고 난 다음에, 냉소의 숲을 한참 지나 세상을 마주하는 강함의 벽이 세워졌을 때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현실을 그리면서도 그 가운데 관객의 페이소스를 끌어내려고 했던 그의 외유내강의 연출은 어쩌면 그 자체로 카버를 닮은 것 같다. 대중적인 성공과 작품성의 인정을 통해 하늘 끝까지 질주하다 잠시 주춤했지만, 괜찮다. 김윤철이란 이름의 자에는 그려진 눈금보다 앞으로 그려질 눈금이 더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윤철 킴, 간바떼-    


2008/08/04 23:18 2008/08/04 23:18

그 남자의 책 (上)

자신을 드러내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사진을 전공한 친구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손을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있는데, 손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타고난 손도 있지만, 만들어진 손이 그 사람이 지나온 날을 어느 정도 시각화 visualization한 달까. 잘은 몰라도 스물이 지나면 스스로 얼굴을 만들어나간다는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책 선물을 받게 될 때도 유사한 경험을 한다. 잘 아는 이건 모르는 이건,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할 때 주는 이의 안목을 암암리에 맛보게 되기 때문이다. 감성이 풍부했던 한 영문학도는 유학을 떠나기 전, 정현종 전집을 선물했고, 1-man-company를 경영하던 한 지인은 자신 있게 공병호의 신간을 쥐어줬다. 집 앞 마당의 잡초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이들과 그들이 권하는 책 가운데에서 일종의 상관관계를 찾아본다는 게, 비단 황당한 주장은 아니지 않을까.  

 

지난 4년 동안 만났던 가장 매력적인 남자()들이 권한 책들은 하나 같이 그들의 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들의 재능을 부러워했고 존경했으며 또한 두려워했던 시절.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 책들은 번뜩이는 매의 눈동자와 같은 모양으로 내 감성의 책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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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이충걸 지음,
디자인 하우스
2002



이충걸 (GQ KOREA 편집장)

 모든 것은 우연으로부터 시작했다. 선선한 가을날 친구 하나가 읽어보라고 건네 준 GQ 안에는 난생 처음 접해보는 괴기스런 문체가 버젓이 ‘Editor’s Letter’ 전면을 메우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건대, 한 번 읽어서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판독이 불가한 수준이었다. 60피스짜리 퍼즐을 겨우 맞추기 시작한 아이한테 난데없이 30,000피스 퍼즐을 퍼부은 격이랄까. 수능 때는 존재치도 않았던 학구열과 승부욕이 마른 풀에 불 붙듯 타오르기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그의 이름 탓도 있다. 이름이 그 정도면 사람이 무난하진 않을 거란 쌈마이식 추측이 뒤따랐었다.) 무작정 그이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에 겁 없는 편지(인턴십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와 되도 않는 글 몇 개를 첨부해 부쳤다. 생각지도 않은 연락을 받고, 덩달아 문체만큼이나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말투와 덤으로 상견례를 했다. (그는 외계적 비유의 달인이었던 것이다!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이 사람이 나의 가능성을 본 게야라는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않는 기대감을 안고 (지금은 이전했지만) 동대문 두산 타워 사십 몇 층인가에 위치한 까페로 향했지만, 헛스윙. 가볍게 바람을 맞고 (그는 물론 덤덤하게 사과했다) 다음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고고하니 다리를 꼬고 있던 한 분의 마리 앙뚜아네뜨를 알현했다. 그 날 만나 나누었던 충격 60은 장편소설로 늘여 써도 충분하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미안한 마음에 선물을 준비했다는 그가 꺼내든 것은 지큐 일년 정기 구독권런칭 3주년 기념 사진집도 아닌 자신의 책이었다. 친히 싸인과 사과의 메시지가 담긴 이 책을 받아 들고는 한참을 멍 때렸던기억이 난다. 그는 끝..멋졌다’. 적잖은 이충걸 마니아들은 섭렵했을 책이지만, 일년에 평균 3.5권의 책을 읽는 일반인들에게는 자다가 치는 봉창보다도 더 낯설 책일 줄로 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때 그를 오해했던 것과는 달리) 자신의 책을 선물했던 그의 제스처가 상당히 귀엽게 느껴진다. 결단코 자신의 책에 자신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자라나는 꿈나무에게 힘내라고 토닥거리는 간접적인 격려였달까. (그 이후 만났던 보그 편집장은 그가 그렇게 친절한 이가 아니라고했지만.) 최근 GQ에서 본 그의 모습은 여전했다. 뿔테 안경테에 스트라이프 셔츠, 루즈한 진에 적당한 스타일링의 헤어하며. 자신의 적잖은 나이를 영원히 흑백 사진 안에 봉인해 버린 것 같은 인상의 남자. 생각보다 주변에 이충걸을 직간접적으로 아는 이들이 많았고, 그들을 통해 들은 온갖 루머의 진상은 두바이의 하얀 모래알 수만큼이나 아련해졌다. 두산 BU에 입사하지 않는 한 그와 재회할 일은 요원하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 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요즘 GQ가 시들해졌다고 투덜거리긴 하지만) 그가 빳빳한 무솔리니처럼 군림하는 한, 내 심장의 엣지는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있을 테니 말이다. Thank you, Mr. Lee.  

 

_다음에 계속 됩니다.

2008/08/03 22:36 2008/08/03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