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_두 번째

무슨 가을날씨가 이렇게 포근한가 싶을 정도로 알흠다운 날의 연속이다. 2년 전 이맘때쯤, 영화하는 친구에게 ‘훌륭한 감독이 되라’고(에휴) 선물로 주어 이 또한 내 수중에는 없는 그림이올시다. 그때 아마도 영화사 수업에 혼자 심취하셔서 ‘필름 누와르’를 즐겨봤던 것 같다. 잘 차려 입고 열심히 범죄를 저질렀던 그 흑백영화들의 주인공이 알쏭달쏭한 포즈로 같은 듯 다른 사과를 반쪽씩 들고 있고(이는 모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었음을 밝힘) 뒤로는 에스컬레이터(그날 유난히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띄었음)가 언뜻 보인다. 중요한(?) 머리는 과감히 제거했는데, 당시 즐겨보던 미드 <하우스>의 타이틀에서 살짝 훔쳐와서 빈 공간에 ‘Directed by 아무개’하는 식으로 싸인 해서 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보면, 내가 좀 수트에 집착하는 것 같기도) 그 친구는 아직도 학교 편집실을 헤매며 열심히 감독될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그 알량했던 모습 모두 세파에 녹슬어 버린 것 같아 은근 씁쓸한 날이다.
+순전히 사견이지만. 요즘엔 성악한다는 것보단 뮤지컬 한다가 낫고, 영화 한다는 것보단 글 쓰는 게, 파인 아트보단 미디어아트 한다는 게 낫게 들린다. 돈과 주류에 동승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원래의 자리’를 지킨다는 게 뭐 뚝심 있어 보인다기 보단, 그냥 왠지 모르게 안쓰럽다. 그렇다고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워낙 참 예술이란 게 그렇다. 쩜쩜쩜. (할 말은 무지 많겠으나, 애써 참고 있는 1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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